‘레플리카 1: 조작된 기억’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첫 인상은 소위 몇가지 영화가 섞여있는 것 같다는 거다. 영어덜트 장르에서 한때 유일한 소재인 것처럼 주류로 다뤄지던 서바이벌 게임이란 소재를 채택한것이나, 수명연장을 위한 일종의 부품으로서 복제인간을 활용한다는 설정이 꽤나 기존작을 강하게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포스트 아포칼립스스러운 설정을 덧붙임으로써, 과학이 굉장히 발달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극단적으로 갈리고 분열된 사회상을 만들어냈는데, 이런 시대 배경과 사회 형성 과정을 얘기해주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럴듯함이 꽤 있기 때문이다.

다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썩 그렇지 못한 점이 많다.

가장 큰 첫 인상 중 하나였던 ‘로즈 게임’이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요란을 떨었던 것과는 달리 별 역할이 없다시피 한데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존재가 잘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고작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법, 강등이라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게임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게임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더 그렇다. 지나치게 풍요로워 지루함밖에 남지 않거나 도덕치가 극단적으로 없어져 죄책감없는 살인이라는 쾌락과 죽을 수도 있다는 스릴만을 쫒게 됐다거나, 그래서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게임의 내용도 참가 이유도 빈약하다.

주인공의 정체도 너무 허무하게 까발려진다. 1인칭으로 썼으면서도 정작 주인공의 심리 변화 등의 묘사는 거의 없이 어느날 갑자기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은 극의 긴장감을 완전히 잃게 한다. 애초에 그렇게 누구나 쉽게 알아볼만큼 특징적이었다면, 오히려 그 때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소설에 나오는 복제인간, AI에 대한 설정도 허술하다. 복제인간을 처분하지않고 여생을 살도록 풀어준다는 것은 그들을 배척하고 비인도적으로 대하는 사회 모습과 지나치게 상충한다. 말이 되려면 시민들도 양쪽으로 나뉘어 온건파와 강경파가 충돌하는 혼란스런 여론이어야 하지 않나? AI는 왜 그런 엄청난 파워를 가진 존재로 만들어져야만 했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그저 특정인에게 슈퍼파워를 주기 위해 각가 편의적으로 급조한 것처럼 보이는데다, 때때로 상세하게 얘기하는 CPU와 인터넷, 신체와의 작용 등도 썩 그럴듯하지 못하다.

설정면에서 꽤 흥미로운 부분이 있기는 하고, 그게 이 소설을 여러 SF 작품들의 요소를 짜집기한 게 아닌 나름의 개성을 갖춘 것으로 보게 한다. 그러나, 상세와 전개면에서 이상하거나 의문스러운 점이 많아서 이야기에 잘 몰입하기 어렵다. 이상한 문장이나 어색한 문장도 여럿 있어 읽는 중간에 걸리게 한다.

2권에서 과연 이런 아쉬움들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까.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