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 차베즈 페레즈(Inti Chavez Perez)’의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Respekt : En sexbok för killar)’는 남자를 위한 본격적인 성교육 책이다.

표지

흔히 ‘성교육’이라고 하면 야한 짓이나 장난스러운 것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남자들 중 일부가 그렇다.

이들이 그런다고 덮어놓고 비난하기엔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성교육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그게 필요한 시기에 그 부분을 채워주었던 것은 오로지 성적 판타지 충족을 위한 가상의 상황물 즉 포르노였기 때문이다.

미처 개념이 서기 전에 만난 성 판타지물은 자칫 잘못된 생각을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 그럴듯한 상확극으로 묘사를 하다보니 마치 진짜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방면에 제대로 된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면 더 그렇다.

이 문제는 성에 관한 언급을 터부시하는 문화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과거에야 문란한 성 생활을 막는데 어느정도 효과적인 선을 그어줬을 것이다. 일부만 잘 감시하면 사실상 전파 경로를 없애는 거나 다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는 통신이 발달하면서 수없이 많은 우회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구시대적인 선긋기는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성을 음지에서만 다뤄지게 함으로써 단지 올바른 성 상식을 얻지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잘못된 성 편견이나 오해를 쌓기 쉬운 환경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더욱 반갑다.

책에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남녀의 생물학적인 성 지식과 상호 존중이라는 사회적인고 문화적인 성, 그리고 성 생활을 하는데 있어 유용한 지식들이 꽤 충실하게 담겨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돌려서 비유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노골적이며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도 좋았는데 이러는 편이 훨씬 정확한 정보를 오해없이 얻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성에 대한 내용 중에는 패미니즘적인 요소도 여럿 들어있다. 예를 들면 왜 현재 사용하는 성 관련 용어 중 일부가 안좋은 것인지, 또 그걸 대체하는 다른 말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그렇다. 의외로 흘리듯 용어 자체만 들어보았을 뿐 정확한 내용은 몰랐던 사람도 많은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꽤 유용한 해설이 될 것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남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다만 일반적인 내용이 많으므로 성별 상관없이 읽어도 좋다. 성교육은 보통 아직 관련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잘못된 것들에 대해서도 여럿 다루므로 성인들 역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특히 ‘내가 성기 해부도 말고도 딱히 성 교육이라는 걸 제대로 받은 적이 있던가?’란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꼭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