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코먼(Gordon Korman)’의 ‘불량소년, 날다(Restart)’는 청소년 문제를 참 영리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표지

청소년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학교폭력이다. 거기엔 실제 물리적인 폭력도 있고, 따돌림같은 사회적이거나 정신적인 폭력도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불량소년 ‘체이스 앰브로즈(Chase Ambrose)’는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 문제를 모두 일으키고 다녔던 놈이다. 그래서 무려 법원으로 부터 거의 무기한의 사회봉사활동을 명 받기도 했으며, 정도가 심해진다면 소년원에 가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악질이다. 오죽하면 ‘알파 쥐’라고 부를까.

그런 그가 사고로 기억을 일으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함께사는 형과 엄마는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잊어버린 채이스는 그와 함께 인간성까지 완전히 잃어버려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런 그가 정신적으로 불완전한 상태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이전에 같이 어울려다니던 패거리나 자신이 피해를 주었던 사람들과 만나며 다른 시선으로 보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은 꽤나 재미있다. 때떄로 주변 사람들은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이용해서 전에는 해볼 수 없었던 걸 과감히 시도하기도 하는데 그것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소설은 전체적으로 밝고 희망찬 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갱생물의 일종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말하는 체이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너무나 차이가 나나보니 일종의 착각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저자가 이 부분만은 확실하게 놓고 흔들리지 않는다. 이게 선악이나 가해자/피해자 구도를 모호하게 그려 자칫 피해자 코스프레나 가해자 감싸기로도 비쳐질 수 있던 기존의 갱생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저자는 나쁜 친구들에게 휘둘렸다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다던가, 또는 개인의 사정 상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던가 하는 합리화(개소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일말의 변명거리조차도 남기지 않는데, 개인적으로 이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단지 취향에 맞거나 신선해서만이 아니다. 그게 주제를 더 살려주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대로 마주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진정한 의미로 ‘재시작(Restart)’ 한다는 건 무엇인지가 바로 그렇게 했기 때문에 더 잘 두드러진다.

기억상실이란 소재도 정말 꼼꼼히 잘 써먹었다. 달라진 체이스가 자신의 옛 행동의 결과와 기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는 단지 과거는 지울 수 없다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불량 청소년의 심리나 왜 그들이 어긋나 있으며 또한 쉽게 돌아오지 않는가도 잘 보여준다.

또한 주변인물들을 통해 학교폭력을 겪는 다양한 모습들이나 생각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 같은 것들도 담아내서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이야기가 생각보다 풍부하다. 학교문제와 청소년의 성장, 그리고 갱생 등도 잘 담아냈다.

여러 등장인물들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도 조금씩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볼 수 있어 흥미로우며, 그들이 각자 또 체이스와 함께 펼치는 이야기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