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복’은 6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엮은 김준녕의 두번째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 느껴볼 수 있다는 이 소설집의 수록작들은,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건 작가가 써낸 문장과 이야기도 그렇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서 가볍고 부드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이게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다시 곱씹어봐야 했다.

각 단편에 녹아있는 이야기와 주제, 생각들도 꽤나 묵직하다. 대체로 한번 쯤 생각해볼만한 것들이지 않나 싶다.

수록장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먹다’가 꽤 흥미로웠다. 한마디로 감상을 표현하자면 판타지와 철학의 어느 언저리에 있는 것 같았달까. 나무와 사람의 전쟁을 담은 이야기는 재미있게 봤던 몇몇 작품들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대게 자연은 인간적인 것을 초월한 어떤 것이라거나, 혹은 어머니처럼 모든것을 품어주는 그런 존재로 그리기 마련인데, 별 다를 것 없다는 식으로 풀어낸 건 조금 독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맞는 말이라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일부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도 있고, 몇몇 이야기들은 대충 얼버무리고 간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꽤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만한 얘기는 ‘나무가 쓰러진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이 소설 역시 조금은 판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에는 공감할만한 요소도 많았는데, 이야기도 나름 잘 풀어냈고, 부모님에 대한 여운을 남겨 기억에 남았다. 이 소설집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무난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