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르 하이염(عمر الخيام / Omar Khayyám)’ ‘로버이여트(رباعيات الخيام / Roba’iyat-e Khayam)’는 외국에서는 이미 꽤 유명한 시집이다.

표지

19세기 중반 유럽에 소개되면서 많은 시인들에게 영향을 끼친 이 시집은, 한국에서도 벌써 네차례나 영어 중역본으로 소개된 바 있다. 그걸 이번에 처음으로 페르시아어 원전을 기반으로 번역한데다, 원문까지 같이 수록해서 여러모로 소장가치를 높였다.1

제목인 ‘로버이여트’는 ‘로버이’의 복수형으로, 로버이가 ‘4행시’를 의미하므로, ‘4행시집’ 정도의 뜻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각 시는 짧고, 그만큼 함축적인 내용들이 많다.

게다가 일부에는 중세 페르시아의 감성이 들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속담을 인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안그래도 썩 보기 편하지 않은 글이 더 어렵다. 고어와 같은 문체에 시라는 문학의 형태, 거기에 문화차이까지 겹쳐져서다. 그래서 일부에는 시만큼이나 긴 주석이 달려있기도 하다.

주석이 많아서인지 개중에는 잘못 된 것도 있었는데, 112번 로버이에 달린 “케이고버드에 대한 설명은 20번 로버이 참고.”라는 것이 그거다. 막상 20번에 가보면 그런 주석은 안달려 있거든. (케이고버드에 대한 주석은 52번 로버이에 달려있다.) 오타라고 보기엔 너무 다른데, 편집 과정에서 입력이나 치환을 잘못 한 게 아닌가 싶다.

시집 치고는 꽤 주석이 달린 편이다만 그렇다고 하나하나에 대한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을만큼 세세하거나 충분히 달린 것은 아니어서, 생각보다 갸우뚱하게 되는 시도 많다. 몇몇 해주가 달린 걸 보면 상당히 심오한 고찰을 담고있는데, 그걸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게 아쉽다. 책 중에는 ‘주석판’이라고 하여 이야기의 배경이나 숨은 뜻, 비유 등을 상세하게 풀이해 담은 것도 있는데, 기왕 할거 그렇게 확실하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2

무려 178수나 되는 시들엔 꽤나 짙은 허무와 냉소가 들어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하지만은 않은데, 저자가 그걸 뱉어낸 방식이 해학적이어서다. 한국 사람에게 익숙하게 바꿔보자면, ‘인생 뭐 있어?’라거나 ‘술이나 마셔!’라는 식이거든. 속된말로 ‘술과 여자(남자)는 인생의 의미’라고도 하는데, 그걸 철학자 식으로 토해낸 취중진담 같기도 하다.

심지어 몇몇은 술을 마시는 변명을 장황하게 주저려 논 것 같다. 어렵거나 곤란한 일이 있으면 ‘됐고, 술이나 마셔!’하고,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으면 ‘그러니까, 술이나 마셔!’한달까. 그게 묘하게 이 시집을 철학적인 시의 모양새를 한 애주가(愛酒歌)처럼 보이게도 해 보다보면 슬며시 웃음도 난다.

  1. 오랫동안 여러번 발간된 것이라 판본이 여러개인데, 그 중에서 페르시아어 아카데미 초대 원장이자 팔라비 왕조에서 세 번 총리를 역임한 ‘모함마드 알리 포루기(محمدعلی فروغی / Mohammad Ali Foroughi)’가 사료들을 연구해 구성한 178수 편집본을 사용했다. 

  2. 개별 시에 모두 주석을 달아 한쪽당 한 로버이밖에 싣지 못한다고 해도 겨우 89장(178쪽), 분량이 배 이상 늘어도 178장(356쪽)에 불과하다. 분량 면에서는 충분히 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