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는 세계’는 마녀사냥을 SF로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가 꽤 괜찮다. 뜻밖의 병자성사를 해줘버리고 만 신부와 천국을 찾는 안드로이드, 그리고 그를 쫒는 사냥꾼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사냥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만큼 일종의 탐정물같은 성격을 띄고있어서 안드로이드의 행동이나 사고를 하나씩 추리해나가는 것이라든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종교 철학적인 부분에 접근하는 것, 그리고 감춰져있는 사냥꾼 자신의 뒷 이야기 같은 것을 맞딱뜨리게 되는 것도 상당히 적절하게 위치해있어서 딱히 지루해지는 일 없이 읽어나가게 한다.

과연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구분하는 것은 무언인가, 인간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는 과연 또 다른 인류라 할 수 있는가 같은 고전적인 SF적 물음들도 기독교와 그들에 의한 일종의 마녀사냥이라는 중세적 가치관이 다시금 되풀이되는 것을 통해 조금 색다르게 생각해보게 하기에 괜찮게 보인다.

이들이 결국 다다르게 되는 결론이나 결말 등은 뻔하다면 뻔하고, 다소 허무하기도 하며,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도 한다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나쁘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볼만하다.

소위 ‘신념’에 지배되는 인간들의 행태는 딱히 중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가 대중적이 되었다는 현대에도 여전하기에 소설이 그리는 미래는 낯설지 않다. 그래서 좀 씁쓸함을 느끼게도 한다.

‘작가의 말’에는 좀 동의할 수 없었으나, 소설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