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의 랜덤박스 2’는 랜덤박스를 소재로 한 판타지다.

표지

주로 게임에서 사용되는 악질적인 상술의 대표격이라 썩 좋은 이미지가 없는 랜덤박스란 소재를 꽤나 그럴듯하게 가져와 판타지 소설로 써낸 시리즈다.

단지 결과가 랜덤으로 나온다는 기본적인 개념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갖고있는 기본적인 욕망, 그걸 부추겨서 유혹하는 요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램, 그 때문에 중독된 것처럼 목을 매게 되는 상황이나 그로인해 목숨까지 위험해지게 된다는 것까지 꽤나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점까지도 잘 가져왔다.

이런 랜덤박스 설정은 뒤틀린 소원 성취라는 고전적인 공포요소를 살짝 변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1 의외로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렇기 때문이다. 거기에 현대인들의 고민들을 사소한 것에서부터 꽤 진지한 것까지 적절하게 결합해서 각 에피소드들의 갈등요소가 꽤 잘 다가온다.

악마처럼 속삭이며 영혼을 갈취하려는 랜덤박스의 행위는 손쉽게 욕심만 채우려는 한탕주의같은 것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그를 타파하려는 주인공들의 활약도 응원하게 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대결 구도를 만들어내는 설정은 꽤 시리즈를 잘 구성했다고 느끼게 한다.

다만, 단지 랜덤박스를 처리하기만 할 뿐 그 후의 이야기까지 그리지는 않기 때문에 뭔가 찝찝한 구석을 남기기도 한다. 랜덤박스가 없던 욕심까지 생기게 한 것이 아니라 기왕에 갖고 있던 욕심을 악의적으로 부추긴 것 뿐이기에 랜덤박스가 사라져도 그들의 잘못된 태도와 욕망은 전혀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딱히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주인공들의 활약을 위해 소모적으로 등장했다 퇴장할 뿐인 느낌도 든다.

원래는 괜찮았던 이들이 랜덤박스의 영향을 받으며 뒤틀려 그렇게 변했다고 했다면 그래도 랜덤박스를 처리했으니 앞으로 달라질 것을 기대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세부 설정이 좀 아쉽다.

그래도 최초의 랜덤박스에 대해서 계속 궁금하게 하며, 새나와 같은 아이들이 등장시켜 이 싸움이 어떻게될지도 기대하게 하는 등 시리즈는 나쁘지 않게 끌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각국의 민담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설 ‘원숭이 손(The Monkey’s Paw)’이 유명해서,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거나 비판할때 밈처럼 원숭이 손 짤방이 쓰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