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리’가 쓰고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João Vaz de Carvalho)’가 그린 ‘지각 대장 샘’은 늘 지각하는 선생님 샘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표지

늘 지각하는 선생님 ‘샘 이기픈 무른 마르지 안나니’의 ‘지각 이유’는 매번 새롭고 엉뚱하다. 갑자기 악어가 나타나 가방을 물로 하수구로 들어가 그걸 되찾기 위해 실랑이를 버렸다고 하는가 하면, 화단에서 사자가 나타나서 얼굴을 핥고 안아서 재우느라 자장가를 불렀다고 하기도 하고, 강에서 엄청난 파도가 밀려와 책가방을 보드처럼 타고 다리를 건넜다고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 일도 없어 제 시간에 수업 시간에 도착한 샘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잡고 있는 놓아주지 않는 침팬지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이번엔 샘이 침팬지는 교실에 살지 않는다며 교실에서 나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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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존 버닝햄(John Burningham)’의 그림책 ‘지각대장 존(John Patrick Norman McHennessy, the boy who was always late)’의 역전 버전같은 책이다. 실제로 존과 샘은 학교로 가는 도중 거의 같은 일을 마주치게 되고, 그의 얘기를 아이들(존의 경우 선생님)은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

작가는 여러가지 면에서 지각대장 존을 오마쥬 했다. 심지어 쓸데없을 정도로 긴 이름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만약 원작을 봤다면 둘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은근한 재미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많은 면에서 원작을 재현하지만, 그렇다고 단지 그것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이 바뀐만큼 이야기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꽤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다보니 원작보다는 전개가 좀 어색한데, 이 것은 원작을 모르고 읽어도 조금 걸리는지라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개와 결말이 다른 것은 이 그림책이 하려는 이야기가 원작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원작에서는 다다르지 못했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 훨씬 아름답고 평화로울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보면 등장인물 뿐 아니라 결말까지도 역전 버전답구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