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매리 저수지’는 16년전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미스터리를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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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에 오른 정치인, 그가 저지른 16년전의 살인사건, 갑자기 날아오기 시작한 의문의 괴메시지까지, 이 소설은 다분히 미스터리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이걸 미스터리라고 봐야할지는 좀 미묘하다.

소설의 주요 미스터리는 이동준이 살해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그리고 그에게 괴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3가지다. 하지만, 이 수수께끼들은 거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데 이것들과 관련해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보니 별다른 긴장감이 생기지 않아서다.

그래서인지 이동준의 반응도 어째 미지근하다. 자신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비밀을 쥐고있는듯한 상대가 나타났는데도 느긋하다고 할까. 목격자를 찾는 범인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소설의 특징도 이렇게 되면 별 의미가 없다.

심지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사실들도 다분히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이거 아니겠어?’하면 정말로 딱 그것만 나오는 식이랄까. 그렇다보니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숨겨진 진실에 감탄이 나오지도 않는다.

미스터리에 맥거핀을 사용한 것도 소설이 별로 잘 짜여진게 아니라고 생각케 한다. 미스터리가 중간중간 계속 나와줘야 하는데, 정작 정치 얘기에 비해 할 얘기가 없다보니 억지로 만들어낸 것 같달까.

이는 소설이 미스터리보다는 이동준을 중심으로 한 정치판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비리, 그리고 그곳에서 썩어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는 정치 소설에 더 가깝다는 말이다. 실제로 미스터리를 빼고 정치만 떼놓고 보면 꽤 완성도가 있어보인다.

문제는 이게 미스터리와 잘 어우러지지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정치 부분은 오히려 미스터리를 죽이고, 미스터리는 정치에 거치적거리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

차라리 그냥 정치소설로 썼으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