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결혼에 대한 한 의견글을 보았다:

처음엔 공감으로 시작해 웃으면서 봤는데, 뒤로 갈수록 웃음기가 사라지면서 공감도 전혀 못하게 됐다. 막나가기 때문이다.

“평생 한여자와 섹스하는 건 고문”이란 말을 까는것은 100% 공감한다. 저런 말을 남자들이 한다고 글을 썼는데, 정말로 저딴 소릴 한 사람이 있는가는 — 검색으로도 안나오고, 그런 소릴 하는 사람도 본 적이 없어서 — 모르겠다만, 그런 사고 방식이 잘못됐다는건 분명하다. 정말 그게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그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절차인 ‘이혼’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놔두고 저런 발언을 하는것은 뒷다마이며 모독에 가까운 것이다.

공감할 수 없는건 그 다음부터다.

먼저 ‘ATM 같다’는 말을 엉뚱하게 갖다붙였다. 게다가 해결법이라고 내놓는다는게 “그럼 살림 너도하세요”…? 돈’도’ 내고 살림’도’ 하면 된다니. 하하. 이런게 해결법이라고 내놓은 것도 웃기지만, 글쓴이는 애초에 ATM 얘기가 나온 배경과 그 발언의 의미조차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안다면 이렇게 갖다 붙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1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을 “유부남 유모어”로 치부하며 남자를 까는 용도로 써먹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2 이말은 그 자체로 해석이 분분한데3, 그걸 굳이 자기가 펼치고 있는 남자 까기에 예를 더하기 위해 무리하게 붙인 것 같다. 애초에 “유부남 유모어”라니, 이 말이 언제부터 그런 말이었나. 글쓴이 자신의 편견 아닌가.

남혐이란게 이딴식으로 끌어내 지는 거구나 싶다. 처음 인용했던 “평생 한여자와 섹스하는 건 고문”이란 말도, 정말로 남자 누군가가 한 말인지 아니면 글쓴이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건지 의문이 든다.

  1.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보시라. 오히려 거의 정 반대로부터 나온 말이다. 

  2. 실제로 이 말은 남자들만이 쓰는 말은 아니다. 예를들어, 시집살이가 힘들거나,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 생활이 원할하지 않을때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결혼을 꺼리는 비율은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은데도(즉, 남자가 더 결혼을 원하는데도) 이걸 ‘유부남 유머’로 치부하는것은 우습다. 

  3. ‘무덤’은 일종의 ‘끝’으로 볼 수 있으며, 같은 의미에서 ‘종착지’로도 본다. 또 무덤은 산자가 미리 죽을때를 대비해 ‘준비해 놓는 것’이기도 하므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해석 여부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각팍한 생활살이를 한탄하며 부정적인 어조로 사용하고 있는것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