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 재단 2’는 흥미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가상 캐릭터 만화다.

표지

이 만화는 동명의 컨텐츠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 의해 선별되어 공식으로 등록되어있는 것 중 일부를 골라 간추려 담았는데, 그래서 보통의 만화와는 달리 일종의 캐릭터 도감에 가깝다.

만화가 어떤 사건이나 흐름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재단에서 보호하고 있는 크리쳐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거기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일부 더한 모양새라서 더 그렇다.

이런점은 SCP 재단이란 컨텐츠의 처음 시작이 크리처물이었고, 여전히 크리처물로서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나름 자연스럽기도 하다. 조금은 독특한 능력을 가진 것부터, 겉모습부터 확연하게 일상에서 벗어난 형태를 한 것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담아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각각이 가진 특징과 이야기들은 신기하고 매력적이라서 꽤 재미도 있다.

위키를 이용해 전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만든 것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규칙과 체계가 있기 때문인지 SCP 크리쳐들에게선 일관된 세계관을 가졌음을 느낄 수도 있고, 단지 기발하기만 할 뿐 아니라 능력에 적당한 선 같은게 있기도 해서 생각보다 밸런스도 잘 잡혀있어 보인다.

아쉬운 것은 아무래도 캐릭터 소개에 치중되어있다보니 이야기책으로서의 면모는 많이 부족하다는 거다. 실제로 이 만화는 맨 앞과 뒤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다 봤다해도 좋을만큼 별 내용이 없다. 물론 세계관을 일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던가 모종의 음모같은 것이 있음을 내비치면서 흐름같은 것을 느끼게도 하고, 그것이 다음 권에선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만, 그런것도 결국엔 미약한 정도에 그쳐서 그냥 대놓고 캐릭터 도감으로 만드는 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컨텐츠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소개를 줄이는 것은 안될 말이므로 그것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충분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이 만화 시리즈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