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미 토미히코(森見 登美彦)’의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聖なる怠け者の冒險)’은 착한일을 하는 괴인과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유쾌한 모험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굉장히 특이하다. 등장인물의 면면부터가 그렇다. 대놓고 주인공이라는 ‘고와다’는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게으름뱅이이고, 화제의 중심에 있는 ‘폼포코 가면’은 너구리 가면에 보기만해도 더워보이는 망토를 걸친 수상한 괴인이다. 거기에 쉽사리 길을 잃어버리는 탐정 조수 ‘다마가와’에, 사건은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면 풀린다는 과와다에 버금가는 게으름뱅이 탐정 ‘우라모토’, 악당같은 외모에 미묘한 거짓말을 하는 수수께기의 ‘고토 소장’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인물이 없다.

소설은 그런 그들이 하나의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며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케릭터들의 설정이 그렇다보니 매 사건 하나하나가 나도모르게 웃음이 터질 정도로 유쾌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소설을 보는 내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소설은 하치베묘진과 야나기코지 등 실존하는 교토 지명과 축제 등을 사용했는데, 그게 조금은 일본 문화를 알려주는 소설같은 느낌도 들게한다. 그만큼 작가가 얼마나 교토 지역과 그 지방의 문화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교토에 대해 전혀 모르면 그런 부분은 대충 읽고 넘어가는 수 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운 느낌도 있었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는 실제로도 있을법한 사건을 그리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게 조금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느낌도 들게했다. 하지만, 인물의 특징과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나, 그게 조금은 복선처럼 짜여져 있는 것도 꽤 괜찮았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어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은 분명 주인공이라 할만한 중요한 활약을 하긴 하나, 워낙에 게으름뱅이라, 고작 그정도 활약으로 주인공으로 해되 되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 작가식으로 말하자면, ‘주인공이면 그래야 한다고 누가 정했어?’려나.

판타지라 그런지 묘사나 표현등이 다분히 만화적이어서, 마치 글로 쓴 만화같은 느낌도 들었다. 마침 딱 어울리겠다 싶은 만화 작가가 있어, 읽다가 가끔씩 그 작가의 스타일로 장면을 다시 그려보기도 했다. 실제로 만화화해도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보는 내내 유쾌해서 좋았다. 재미도 있고, 마치 휴가처럼 가볍게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