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이이요(櫻 いいよ)’의 ‘세상은 『 』로 가득 차 있다(世界は「 」で満ちている)’는 10대들의 오해와 외로움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를 참 잘 썼다.

따지자면 사실 거창한 건 없는 이야기다. 전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뭔가 있어보이게 그려놓은 것도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만, 막상 그게 드러나면 정말로 별게 없어서 ‘뭐야, 그거였어?’ 하고 조금은 김이 셀지도 모른다.

그래서 극적인 맛은 없는 대신,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가 됐다. 사소하지만 누구든 겪어볼만한 이야기, 해봤을법한 실수들을 그려서 자연히 그 일들로 인해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저자는 이야기를 다섯개 장으로 나누고, 각각을 모두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채웠다. 분위기로 바뀌는 시점에서 장을 전환하고 제목의 빈칸을 채운 소제목을 붙였는데 그게 참 적절하다. 그에 맞게 주인공들의 감정이나 바껴가는 생각, 주변 이야기 등도 잘 담았다.

장이 바뀌면서 생기는 변화는 마치 계절이 다른 것처럼 명확한 편인데, 그 흐름 역시 계절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감정선을 따라가는데도 어색함이 없다.

주인공들이 겪고있는 문제나 그에 대한 해결도 나름 납득할만하게 제시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정리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기에 여전히 현실에 남아있는 문제들이 보여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마냥 산뜻해지는 것만은 아니다만, 이들이 이룬 성장과 도달한 답이 남아있는 것들도 충분히 잘 헤쳐나가게 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느끼게 한다.

마음의 상처와 그 해소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혹자는 지나치게 사건의 해소에만 집중하고, 그래서 정작 당사자들의 마음은 무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그렇게해서는 비록 관계 자체는 회복해도 묵혀버린 감정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 감정은 끝끝내 남아 계속 그 때를 생각나게 하므로 언젠가는 결국 더 안좋은 방식으로 터져버리기도 한다. 그 때가 되면 이미 화해했으면서 왜 그러느냐고, 이제 그만 좀 하라고 다그칠건가. 소설에서는 그러는 대신 당장은 골이 남더라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게 시간을 두고 보기로 하는데, 이게 차라리 더 현실적이고 모두에게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