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드 코크(Kaat De Kock)’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Selfie)’는 디지털 성범죄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시작은 되게 가볍고 통통 튄다. 십대의 발랄함을 간직한 소녀들이 유희를 찾고 또 사랑을 꿈꾸는 이야기들은 괜히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만약 이 소설이 무엇을 주제로 한 것인지 모르고 접했다면, 로맨틱 코미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던 것이 조금씩 이상해지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변질되어간다. 현대에 있어 가장 흔하고 그러면서도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라는 것으로 말이다.

사실, 몇번을 생각해도 중간 중간에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들은 의외로 많았다. 거기엔 본인 스스로가 느끼는 미묘한 위화감 같은 것도 있고, 주변 사람의 만류도 있다. 무엇보다 이미 같은 문제를 겪었던 사람들의 사례가 있었기에 의외로 의심할만한 단서도 꽤 많다. 그런데도 왜 같은 문제의 피해자가 끝이지 않는걸까.

저자는 그걸 한 순진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과정으로 그러한 늪에 발을 들이게 되며,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의외로 뻔해 보이는 수작질에 왜 걸려들며 그 후엔 차마 떨쳐내고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는지를 꽤나 잘 그렸다. 이게 처음에 보여주었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또 단지 문제를 그려낸 것 뿐 아니라 그 이후의 이야기도 담았는데, 특히 피해자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것을 꽤 확실히 담은 것이 좋다. 범죄가 밝혀지고 난 후, 주변의 그릇된 비난으로 결국 삶을 포기하는 예까지 있었던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SNS는 지역이나 연령 등에 따라 사용 패턴이 다르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걸 생각하면 ‘난 아니다’며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인터넷과 디지털은 현대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인데다, 청소년들은 인간관계 경험이 적어 실수할 가능성이 많아 더 그렇다.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이라도 경험해보고 문제에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