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 슌(悠木 シュン)’의 ‘밀어줄까?(背中、押してやろうか?)’는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를 피해자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묵직한 프롤로그(또는 엔딩)에 비하면 처음엔 꽤 가볍게 시작한다. 부모의 사정으로 오랫만에 고향으로 전학오게 된 주인공은 예전 같은 초등학교 시절에 알고지내던 친구를 만나 별 거 없지만 무난하고 여유로운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등교거부중이던 ‘쿠자이 마유코’가 다시 나오기 하고 몰랐던 사건들을 알게 되면서 평온했던 생활이 점점 뒤틀리게 된다.

집단따돌림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집단따돌림이 일어나는 과정이나, 거기에 참여하게 된 피해자와 가해자의 심리는 물론, 대체 가정과 학교는 왜 기왕 일어난 일에 대한 억지책이 되지 못하는가를 잘 그리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설명이 부족해서 대충 넘어가는 듯 보이는 것도 있긴 하다만, 의외로 이런것마저 집단따돌림을 둘러싼 현상을 그대로 담은 것이어서 전혀 억지스럽거나 대충 뭉개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를 통해서 풀어가는 미스터리도 꽤 볼만했다. 그럭저럭 납득 할만한 답이 준비되어있는 사건들이 주인공을 자극해 심리적으로 편협한 시각이 되게 해 결정된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꽤나 적절하고 괜찮았다.

다만 그렇게 풀어내는 진실에 비밀스러운 맛은 없었다. 주인공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기도 해서 그렇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차례로 주어지는 단서만을 받아들이는 관객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독자와 동일한 시점에서 복선 같은 것을 접하고 그게 끝이 어떻게 될지를 강하게 풍기기 때문에 미스터리한 면은 좀 적은 편이다. 대신 소재가 소재다보니 사회 소설 느낌을 강하게 비친다.

소설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여려면에서 주인공 설정도 좀 아쉽다. 소설이 1인칭이고, 그래서 주인공이 독자가 감정이입하며 볼 캐릭터라서 그런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모호한 입장에 놓아두었는데, 이걸 끝까지 뒤집거나 바꾸지 않아서 결국 범인의 입장을 썩 납득할 수 없게 한다. 동조자의 발언 역시 어이없이 들리게 만든다.

이건 또한 집단따돌림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어지럽게 흐트러뜨리기도 한다. 피해자로서 복수를 하는 입장에 있는 범인이 정작 하는 짓과 심리는 집단따돌림 가해자의 것을 그대로 빼닮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정당성이나 이유 따위는 따지지도 않고 린치를 가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런 점이 이 소설의 뒷맛을 찝찝하게 만든다. 그래서 혹시 단권 완결이 아니라 후속작이 있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소설은 흥미로운 소재나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사점도 괜찮고 그걸 담아낸 이야기도 볼만하며, 구성도 썩 나쁘지 않게 잘 짜여 준수하다. 그러나 인물 설정이나 복수극이 마땅히 주어야 할 카타르시스 등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것 등 세세한 면에서는 아쉬움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