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폰트라헤임의 엘프들(Senpontraheim’s elves)’는 꽤 완성도 높은 북유럽 신화 풍의 판타지 동화다.

표지

작가의 처녀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소설은 9년 전 저자가 무려 10살일 때 출간했던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것을 일부 개선해서 낸 두번째 판이다.

‘이건 좀…’ 싶은 이야기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상식을 벗어난 행동 등으로 인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엇나감을 보여준다거나 이야기 흐름이 제대로 짜여있지 않을 채 장면만이 나열된 느낌이 드는 것들이 꽤 많다. 그런 것들은 아무리 읽어도 그래서 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재미또한 없어 두번다시 찾지 않게된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꽤 완성가 높은 편이다. 배경에서부터 등장인물의 설정, 그리고 그들을 보여주는 이야기까지 꽤 짜임새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걸 10살짜리가 썼다니. 새삼 감탄을 하게 된다.

당초부터 북유럽 신화를 좋아해 그와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던 것도 꽤 잘 이뤘다. 일부는 북유럽 신화에서 그대로 차용해오기도 했는데, 거기에 자기만의 설정과 이야기도 잘 얹어서 새로운 느낌도 잘 냈다.

오래 전 옛날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인 중세 판타지에 현대적인 것들도 꽤 많이 섞여있는데, 고정관념없이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설정이 신선해서 나쁘지 않았다. 몇몇은 아이만의 ‘의식의 흐름’이 들어있는 것 같아 웃음을 자아내게도 했다.

몇 장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면을 꼼꼼하게 채워넣은 삽화도 나름 매력이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꽤 눈에 띄긴 했다. 패턴 채우기는 꽤 잘 한 반면 형체가 깔끔하지 않은 그림도 그렇고, 몇몇 설정에 (신화적인 동화라는 걸 고려해도) 의문이 남는 것이 있으며, 이야기 역시 뜬금없어 보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엔 상당부분 10살 아이가 쓴 것이라는 일종의 버프가 실려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책을 통해 신선한(경계없는) 상상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랬던 작가가 자라면서 그 빛을 잃고 한국의 흔한 면학생이 되버린 것 같아서 꽨히 아쉽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