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Cali)’의 ‘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Seuls les enfants savent aimer)’는 갑자기 엄마를 떠나보내게 된 여섯 살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주인공인 브루노의 시점으로만 쓰인 이 소설은 마치 일기를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독백을 하는 것 같기도 하며,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기도 하는 한편, 어떻게 보면 고해성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용적으로도 순수한 상태에 있을거라는 아이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나 사이사이 어두운 면을 보이기 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 든다. 브루노는 사랑을 강하게 열망하면서도 그에 몰두하지도 못하고, 그러는가 하면 원하는데로 되지 않는다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하며,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저질러 버리는 혼돈스런 모습을 많이 보인다.

그런 모습은 때때로 정신이상적인 증세가 있는게 아닌가 싶은 표현이 더해져 더 강조된다. 그게 브루노가 겨우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인 6살 아이라는 것을 종종 잊게도 만든다.

거기에 문체도 소설이라기보다는 묘하게 가사같아서 일부가 생략되거나 축약되고 비유적으로 쓰인 느낌이 든다. 좋게 말하면 시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난해하다는 말이다. 그게 이 소설을 조금 어렵게 만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시적인 표현과 아이가 겪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 전부와도 같았던 사랑을 잃어버린 소년이 느끼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실과 슬픔, 그리고 그를 어떻게든 채우고 싶어하는 욕구를 잘 표현했다.

하지만 소설의 제목을 왜 ‘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이야기의 마지막도 썩 마뜩잖은 느낌을 남긴다. 그래서 브루노는 결국 그렇게 끝난다는 얘긴가, 아니면 나아간다는 얘긴가.

‘감성적인 글’이 아닌 ‘이야기’로서는, 좋다기엔 좀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