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동화를 그림책으로 다시 만든 책이다.

표지

이 책은 기존의 다른 그림책과는 상당히 결이 다르다. 일단 기본이 된 텍스트가 그림책이 아닌 동화의 형태로 쓰여진 것인데다가, 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이야기는 어른이 보기에도 난해하고 어둡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묘하게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동화의 저자인 안데르센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허구로 동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 등에서 기인한 것을 동화로 다시 써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묘하게 인간적인 동질감을 쉽게 일으켜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부정하면서도 순응하고, 그러면서도 또한 저항하는 이야기 속 학자의 모습은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결국 유혹에 지기도 하는 우리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에게서 그림자가 떨어져 나온다는 것이나 그 그림자가 실제 사람과같이 행동한다는 것은 판타지적이나 단지 신기한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를 담은 것으로 읽히는 게 재미있다.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더 그러해서, 개인적인 고뇌가 녹아있음을 짐작케 한다.

거기에 덧붙여진 그림도 어둡고 심오한 이야기를 잘 살려주는 편이다. 사람이 그림자가 되고 그림자가 사람이 되는 등 둘의 경계가 꽤나 모호하게 그려지는 것이나 일종의 절망을 그려낸 듯 어두운 분위기도 잘 살아있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