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 네그린(Fabian Negrin)’이 쓰고 ‘로렌초 산지오(Lorenzo Sangiò)’가 그린 ‘셜록 홈즈와 사라진 코뿔소 사건(Sherlock Holmes e il caso del rinoceronte scomparso)’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패러디한 어린이용 그림책이다.

표지

이야기는 어느 날 아끼던 코뿔소가 사라져 홈즈에게 찾아달라고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비아는 홈즈와 왓슨에게 잃어버린 코뿔소의 특징을 설명해주는데, 그 때마다 왓슨은 성급하게 실비아가 얘기한 특징에 해당하는 것들을 얘기하지만 그렇게 찾은 것들이 실비아가 찾던 코뿔소일리가 없다.

헛다리만 짚는 왓슨과는 달리 홈즈는 실비아의 얘기를 차분히 듣고있다가 모든 얘기들을 종합해서 생각하고는 곧 코뿔소가 어디있는지 알아낸다.

사실 이 과정 자체는 그렇게 훌륭하게 그려져 있지 않다. 왓슨의 억측은 애초에 ‘코뿔소’라고 한 것마저 벗어나기에 황당함마저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로 코뿔소인 rinoceronte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건지 언어적인 차이를 의심케 하기도 한다.

익숙한 캐릭터인 홈즈와 왓슨을 등장시켰는데 이들의 대화는 익숙한 어투로 번역하지 않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찾는 코뿔소의 특징을 묘사하고 그에 어울리는 것들을 떠올리는 것이나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코뿔소를 찾는 것 등은 상상력을 자극해 꽤 볼만하다. 그걸 담아낸 그림도 멋지고 매력적이다.

이 그림책에서 사라진 코뿔소는 어른들이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상징하며 동심의 회복이 소통과 사랑의 건강한 일상을 회복시키는 것임을 담고있다는데, 아쉽게도 그런 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집안에서 잃어버렸는데도 아이가 엄마 아빠는 아무런 도움이 안될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부모가 코뿔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아이와도 제대로 소통을 안하는 듯 보이는 모습 등이 가벼운 그림책 속에서도 은근히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