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츠타카 쿠도’ 원작, ‘미토모 사사코’ 만화의 ‘7856 칠전팔기 러브 미스터리 1’는 한 소녀와 만나면서 정체불명의 미스터리에 휘말리게 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커버

제목과 그 표기가 좀 특이한데, 이건 원제가 일본어 이름을 숫자로 쓰는 장난같은 표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걸 알고보면 숫자 위의 X나 =표도 의미가 있어서 나름 신경쓴 것처럼도 보이나, 한국어로는 전혀 와닿지 않다보니 78이라는 숫자와 ‘7번’이라는 횟수에서 착안해 이런 제목을 붙인 듯하다. 새삼 노력했구나 싶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른 잘 만들어진 작품들도 제치며 무려 한국 정식 발매까지 된 것 치고는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만화다.

범인찾기를 기본으로하는 이야기부터가 그렇다. 딱히 미스터리한 면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주인공이 탐정처럼 추리해서 범인을 색출해내는 것에는 실패하더라도 나중에 범인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게 이미 등장했던 몇가지 복선으로 확실히 예고되었음을 분명히 알게해야하고, 그러한 찾기와 이후의 대치 과정 중에 범인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어야 하는데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 전개에다 뒷이야기도 너무 노골적으로 뱉어내버리는 바람에 거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8p

캐릭터 설정이나 연출도 별로다. 유독 주인공들만 계절감이 맞지않은 패션을 한 것은 멋지다기보다 그저 이상한 녀석들로 보이게만 한다. 차라리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과 캐릭터였다면 반대로 비현실적인 미스터리가 강조되기라도 했을텐데.

종종 나오는 코미디도 너무 낡아빠졌는데다, 그것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해서 절로 ‘이게 뭐야’ 싶게 한다. 살인이 대놓고 등장하고 그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꽤 무게감있는 플롯과 이런 어이없는 코미디신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럴거면 그렇게 무거운 설정을 하질 말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 일변도로 임하는게 나았을 거다.

마치 국어책 읽듯 어색한 대사와 표정도 무슨 아마추어들의 어설픈 연극을 보는 것 같아 마뜩잖다.

이렇다보니 전체 외곽만을 슬쩍 보여주어 뒷 설정을 궁금하게 남겨놓은 것도 원래 의도대로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기보다는 미완의 설정을 대충 가져다 붙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사실 이야기의 뼈대라 할 수 있는 기본 설정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주인공들과 대척점에 선 이들을 특정한 집단으로 제한하지 않아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1권이 끝날때까지 다음권도 보고싶다는 끌림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설정도 이야기도 연출도 좀 더 다듬었으면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