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키 리우(櫛木 理宇)’의 ‘사형에 이르는 병(死刑にいたる病)’은 연쇄살인마와 얽힌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표지

소재부터가 흥미를 끈다. 연쇄살인인마라는 것도 그렇지만, 심지어 그가 한 건의 살인사건에 대해서 누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약간의 접점이 있었을 뿐인 ‘마사야’는 어느날 집을 거쳐 전달된 편지를 통해 감옥 면회실에서 그에 대한 조사를 요청받는다.

어찌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접점이라고 해봐야 빵집 주인과 그곳에 자주 다녔던 손님으로서의 것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작 학생에 불과한 마사야가 해봐야 뭘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이며, 설사 그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고해도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기왕에 밝혀진 살인 건들이 있으니 사형을 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심지어 그게 누명이라는 것을 사법당국을 거슬러 설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묘하게 자신감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때여서였을까. 마사야는 불쑥 그래도 좋다면 해보겠다고 해버린다.

여기서부터 살짝 기대감이 올라갔는데, 이 과정을 작가가 굉장히 매끄럽게 연결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심리나 닥쳐있는 환경들이 그러한 방향으로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잘 담았는데, 이건 그 이후 전개도 마찬가지다.

변호사를 사칭하며 현장조사를 하는 것이나, 그러면서 조금씩 새로운 단서들을 접하고 자신이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물론, 주인공이 점차 변화하는 것까지 처음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는 것을 그릴 때 그랬던 것처럼 정말 그럴듯 하게 잘 풀어냈다.

이야기의 마무리도 꽤 괜찮다. 시작부터 심리적인 면을 꽤 강조해서 그렸었는데, 끝까지 그런 면을 잘 유지해서 전체적으로 완성도를 높이지 않았나 싶다.

심리적인 면을 중시했다보니 생각보다 시원하게 터지거나 짜릿한 장면은 없다. 대신 착 가라않은듯한 잔잔한 느낌이 지속되는데, 그런 점도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