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테츠야(斎藤 哲也)’의 ‘시험에 나오는 철학 입문(試験に出る哲学: 「センター試験」で西洋思想に入門する)’은 서양철학의 흐름과 그 핵심 사상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담은 책이다.

표지

이 책의 특이한 점은, 한국으로 치면 수능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대학 입시 센터시험’ 윤리 과목에 출제된 문제를 두고 그에 관련된 철학사를 이야기한다는 거다.

각 철학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관련 철학 문제를 보여 그것을 한번 풀어볼 수 있게 하고, 그 후 철학 이야기를 하며, 철학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처음에 보였던 문제의 답과 그 풀이를 실어 중간에 이야기했던 철학 이야기와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을 이렇게 했기 때문에 자연히 센터시험에 나오는 철학 사상과 철학자에 대해 담고 있으며, 그 때문에 전체 철학사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는 주요하지만 빠진 인물이나 사상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이 단지 ‘센터시험을 위한 참고서’가 아니라 대중들을 위한 철학 입문서라는 걸 생각하면 좀 아쉬운 점이다. 구성과 컨셉에서 좀 벗어나기는 하겠지만, 기출문제가 없다면 센터시험과 유사한 문제를 만들어 그런 철학자들도 함께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철학 입문서’를 목표로 한만큼, 책은 전체적으로 읽기 쉽게 쓰였다. 물론 때로는 철학자들의 말을 이용하기도 해서 어려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들도 앞뒤에 설명을 잘 했기 때문에 따라가는데는 문제가 없다. 어렵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쉽지만도 않게 나름 선을 잘 지킨 셈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르는 철학을 대부분 담았다보니 각각에 대한 내용은 좀 짧긴 하다만, 핵심적인 내용도 잘 담은 편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유익하고, 그것들이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철학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그를 위해 뒷부분에서 책을 추천해주는 것도 꽤 괜찮다. 다만, 일본출판을 기준으로 한 걸 그냥 그대로 번역한 것인지, 해당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출판된 한국어 제목을 기준으로 하고, 없다면 일본어 원서 제목을 병기해서 출판사, 저자와 함께 표기했으면 도움이 되었으련만 꼼꼼함이 아쉽다.

주석도 별로인데, 추가 설명이 있었으면 싶은 것엔 안달린 반면 익숙하게 사용하기도 하는 한자어에는 그 뜻이 주석으로 달리기도 해서다. 그냥 원서를 번역만 해서 이렇게 된걸까. 좀 더 신경써서 편집했으면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