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정(Jessica Jung)’의 ‘샤인(Shine)’은 K-POP 걸그룹의 세계를 흥미롭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K-POP에 흠뻑 빠진 한국계 미국인 소녀 ‘레이첼 김’은 K-POP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한국의 DB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가창력에서 재능을 보인 그녀인데도 불구하고 걸그룹으로의 데뷔는 요원하기만 하다. 벌써 연습생 7년차, 가족들은 지쳐가고 레이첼은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스타의 삶을 그린 이야기는 대체로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현대판 왕자나 공주 역할로 등장하는 밝고 알콩달콩한 판타지 로맨스고, 다른 하나는 연예계의 더러운 뒷 얘기를 그린 느와르다.

이 소설은 제목과 달리 두번째에 조금 더 가깝다. 스타가 되기 위해 감내해야만 하는 어려움들, 극히 낮은 확률을 뚫고 데뷔하기 위해 서로 음해하는 연습생들, 그리고 성공을 위해 벌이는 각종 공작과 그를 통해 점차 가면 뒤에서 일그러져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보면 흔한(풍문으로 많이 들어본) 연예계 뒷 이야기를 그린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이 소설이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의 저자가 K-POP 걸그룹 스타 소녀시대로 활동했던 그 제시카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 책은 소설이고, 모두 허구임을 명시하고 있기는 하다만1,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어느정도는 반영되어 있을 것임을 짐작케 하기 때문에 여타의 것보다 흥미를 끈다. 실제로 몇몇 설정이나 이야기에서는 경험 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니면 나오기 어려워보이는 디테일도 있어 그런 심증을 더한다.

문제는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은 상당히 껄끄러워 진다는 거다. (특히 ‘소녀시대’에 애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겐 더욱 그럴 것이다.) 지나치게 주인공을 위한 쪽으로만 편향된 면을 많이 보여서다.

소설 속에서 연습생들은 자신의 기회를 위해 주인공을 지나칠 정도로 공격하고 주인공은 그 때문에 심각한 곤경에 처하기도 하지만, 딱히 왜 그렇게까지 악질적인 것인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갖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왜 호감을 갖게 되고, 그게 왜 꼭 그녀여야 했으며, 어째서 그 시점에서 그렇게까지해서 도와주는지가 잘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과하거나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악의가 있음을 알고있는 상대가 주는 수상한 음료를 마신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주인공이 어째서 그 자리를 피할 수 없었는가는 물론이거니와 그 자리에서의 의심스런 제안을 왜 도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 또한 납득할만하게 그리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마치 악당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당해주는 것처럼도 보일 정도다.

소설 속 캐릭터들은 마치 전형적인 악당과 아군을 역을 맡은 것처럼 군다. 그래서 어느 인물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기 어려우며, 이것이 이야기 전개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해 의아하게 만든다.

자전적인 이야기였다면 그래도 의미가 있었겠다만, 소설로서는 완성도가 그리 좋다고 보기 어렵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홍보 초기에는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저자의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내용이 담긴 픽션물”이라고 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