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역 폭발사건’은 신주쿠역에서 서쪽 출입구 부근에서 일어난 폭발을 시작으로,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경과를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제목만 보면 범죄 소설같지만, 막상 열어보면 그보다는 가상역사소설에 가깝다. 현대를 살아가는 주인공들에게 닥친 이야기가 과거 일제강점기 때부터 어떻게 이어져온 것인지를 양쪽을 번갈아 보여주며 그렸는데, 이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또한 흥미로워서 꽤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가상역사를 다루는 만큼 저자의 과거의 이야기는 거의 작가의 상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했던 사실과 맞물리도록 역사를 잘 이용했고, 그래서 작가의 이야기가 꽤나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일부분에서는 초능력을 보이는 등 판타지적인 면도 있어서 생각보다 가볍게 뜨는 느낌도 있는데, 그렇다고 억지스럽게 밀어붙이거나 그걸 과하게 이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살짝 삐긋하면 또 느낌일 달랐을 것 같은데 작가가 조절을 잘 한 것 같다.

이야기도 꽤 볼만하지만, 처음에 신주쿠역 폭발사건을 던져두고 시작한 것도 꽤 괜찮았다. 전반에는 왜 이렇게 사건과는 상관없는 얘기들만 해대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보다보면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가 앞서서 던져뒀던 이야기로 어떻게 연결될지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어떤 면에서 봐도) 사실 별 거 아니지만, 이게 소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했다.

후반의 마무리는 조금 아쉽긴 했다. 물론 충분히 가능한 전개이기도 했으나, 오랜세월 변함없었던 집착과 그걸 실행할 수 있는 힘을 생각하면 너무 쉽게 해소된 느낌이 있어서다. 그렇게 오랬동안 갈망했던 걸 손에 넣을 기회가 왔다면, 심지어 더 이상 많은 시간과 기회가 남은게 아니란 걸 안다면, 인간이란 비록 멍청할지언정 단순하고 원초적으로 달라붙는 종이 아니던가. 그래서 과연 그렇게 쉽게 놓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그렇게 되는 과정이나 이유가 조금만 더 설득력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야기는 소설인데도 여러 면에서 영화로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많이 들게 했는데, 몇몇 아쉬웠던 부분이나 좋았던 점들도 배우들의 연기가 붙으면 더욱 맛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영화화가 된다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