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타 사야카(村田 沙耶香)’의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しろいろの街の、その骨の體溫の)’은 자아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한 필체로 담아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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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참 대담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써냈다는 생각도 든다. 다분히 성적인 내용을 꽤나 구체적으로 담았는데, 그런 행위를 벌이는 주인공들이 아직 채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걸 단지 이야기 전개에 필요해서라던가,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어느 정도 독자를 당황하게 만들면서 그걸 보고 즐기기라도 하려는 듯이 꽤나 정성들여서 이들의 행위를 묘사했다. 그래서 중간 중간 꽤 야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지 성애물로서만 이 소설을 채운 건 아니다. 가끔이 튀어나오는 행위 못지않게 이들이 주고받는 감정이나 생각 같은것들도 굉장히 묘사를 잘 했다.

학교의 아이들 사이에 은근히 암묵적인 규율이 생겨나고, 그를 통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지독한 계급 구조가 생겨나는 것이나 그것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들도 소름끼치게 잘 담아냈다. 단지 소설 내에서의 앞뒤만 잘 연결한 것 뿐 아니라 현실도 꽤나 잘 반영해서 마치 내가 직접 겪은 것을 되새김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 부분만 따로 뗴어내어 스쿨 느와르를 만들어도 좋았겠다 싶을 정도다.

주인공의 심리 묘사 역시 잘 해서 마치 양 극단을 오가는 듯한 겉과 속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그려냈다. 그녀의 생각이나 감정도 꼼꼼하게 담았는데, 이게 주인공의 상황이나 심정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들이 흩어지지 않고 결국 얘기하려는 주제로 이어지게 구성도 잘했다. 그래서 몰입감도 좋은 편이다.

대신, 이런 점들이 오히려 이야기의 마무리를 좀 약해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갑자기 현실에서 벗어나 로맨스란 판타지로 돌입하는 것 같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당혹스럽거나 황당한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그렇게 될 것임을 많이 예고해 놓기도 해서다. 또한 이는 극적으로 달라진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 연출적으로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솔직히 정말 감탄했다. 보는 동안에는 빠져들게 만들고, 보고 나서는 절로 탄성을 나온다. 그게 어떻게 보면 노골적으로 적어낸 메시지도 별로 나쁘지 않게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