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도 유(久遠 侑)’의 ‘친한 너와의 낯선 기억(親しい君との見知らぬ記憶)’은 기억을 소재로 한 SF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전혀 경험하지 않았던 것에 익숙함을 느낌다는 것은 사실 꽤나 익숙한 소재다. 애초에 ‘데자뷔’, 즉 ‘기시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상에서도 흔히 겪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그걸 조금 더 발전시켜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만들고 왜 그런가를 SF로 풀어냈는데 그게 의외로 나쁘지는 않다.

다만 SF 보다는 로맨스에 더 중점을 둔 것이라 이야기 자체는 일상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일상에 갑작스레 찾아온 깜짝 이벤트를 만드는데 사용되긴 했지만 그게 주는 아니라 진지하게 살펴보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대부분은 그저 우연히 같은 기억을 떠올리고 그 덕에 만나게 된 두 사람이 서로 가까워지고 학업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냈을 뿐이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마저 큰 굴곡이 없어서 전체적으로 잔잔하다.

그덕에 편하게 읽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그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SF 부분이 대표적이다. 분량이 적은데다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하는 방법 등이 썩 마뜩지 않지 때문이다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데다 시간 문제인 성격이 있어서 더 그렇다 굳이 후유증을 감안하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는 얘기다.

이는 어떻게 보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나 그런 선택을 할만큼 둘 사이에 특별한 게 있었다는 것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그랬다면 설사 그게 과학자같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더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로맨스로도 부족함을 느꼈다.

다중우주에서의 단일 개체로서의 존재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치고 기억의 연결이 감정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닌가 하는 논의거리를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것도 아쉬웠다. 이 둘의 서로에 대한 호감이 다른 기억에 근거한 게 많아 충분히 의심할 만하고, 로맨스 소설로서도 훨씬 와닿을 주제인데 말이다.

그 외에도 중간에 긴 시기를 한번에 건너 뛰면서 필요해 보이는 이야기를 생략하는가 하면, 불필요한 이야기는 뭔가로 이어질 것처럼 늘어놓는 등 이야기도 썩 잘 짜여져 있지는 않다. 차라리 처음부터 관련 연구를 하고있는 대학생으로 설정하거나, 수준을 조절해서 고등학생도 참여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그려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무난하게 볼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쉬운 점도 많았다. 후기를 보면 작가가 잘 짜여진 이야기보다는 표현을 더 중시한 것 같던데, 어쩌면 그게 나와는 잘 안맞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