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 세이슈(馳 星周)’의 ‘소년과 개(少年と犬)’는 한 떠돌이 개의 여정과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보통 동물을 그린 소설이라고 하면 마치 동물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동물의 생각 등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많다. 그러지 않고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선 같은 것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오로지 인간의 시점에서만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점이 좀 특이하다. 이는 어떻게보면 조금 저자가 모험(시험)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다행히 이것 때문에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던가 어색해진다던가 하는 점은 없었다.

개의 행동 묘사를 적절하게 잘 한데다, 개와 마주치는 인간들의 대사 등을 통해 어느정도 설명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정말로 개의 생각이나 의도와 맞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흐름에도 큰 무리가 없고 대중적인 감정과 경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자연스러웠다.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개가 여정의 끝에서 소년을 만나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것이라던가, 거기에서 개가 큰 역할을 하는 것도 꽤나 심금을 울린다.

다만, 그런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재해를 좀 편하게 갖다 쓴 느낌이 있다. 그것만이라면 그래도 이야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 정도로 봐줄텐데, 제대로 된 설명없이 그저 감정에 호소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 게 문제다. 어째서 개와 소년이 그렇게까지 깊게 애정을 쌓을 수 있었는가도 그렇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대체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알고 찾아갈 수 있었는가 하는 점도 그렇다. 제 아무리 까마득히 먼 곳도 찾아간 실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소설과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가 여정중에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 안좋은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도 꺼림직하다. 구성상 그럴 필요가 보이기는 한다. 도저히 그 긴 거리를 혼자서 여행 할 수는 없으니 다른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들의 사연을 모두 비중있게 다룰려면 개와 나름 연을 나누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정을 떠나는데 당위성이 있으려면 그들과의 이별이 피치못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사고에 휘말려 이별을 하게 된다는 것은 꽤나 쉽게 쓰기 좋은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이 개가 마치 불행을 불러오는 역병신처럼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잠시 머물며 도움을 받고 다시 여정을 떠나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잠시라도 개가 곁에 있음으로 위로를 받거나 오해를 풀어 감사하게 되는 정도였어도 충분했을텐데, 너무 모두를 개와 긴밀하게 엮으려다보니 뜻밖에 사신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아 좀 그렇다.

덕분에 이야기가 극적이고 꽤나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나 정작 중요한 개와 사람간의 애정은 좀 빛이 바래지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사회상이나 대지진 같은 요소는 일본인들의 감성적인 부분을 채워줄 것 같긴 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