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머리 앤’은 여자로서 살아내야하는 청소년기를 그린 6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표지

‘페미니즘’이 대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소리를 뱉어낸다. 그 중에는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개선해야 할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개중엔 소위 ‘관종’으로서의 필요에 의해 말 그대로 싸놓는 똥같은 얘기들도 많다. 오죽하면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이런 시류는 소설에서도 다르지 않다. 많은 작가들이 여성으로서의 삶이나 페미니즘의 필요성, 남성우월주의로 점철된 사회의 더러운 모습 등을 그려내고 그를 통해 때론 숭배를 받거나 반대로 비판에 휩쌓이기도 한다.

그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성인 여성이다. 그래야만 할 얘기가 많아서다. 나이가 있어야 그만큼 쌓인 울분이나 분노도 있을 것 아닌가.

그러나, 정작 그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일지도 모른다. 아직 성장해가는 과정에 있는 그들은, 이미 많은 것을 겪고 알고 그래서 때론 욕지기를 토해낼 줄도 아는 성인과는 달리, 고스란히 사회가 품은 편견의 제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그런 것들이 지지 않을 마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책에 수록된 몇몇 단편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름 잘 담아냈다. 길이가 짧은 단편에 이야기와 메시지를 모두 담으려다 보니 그런지 몇몇에서 상황이나 묘사 등을 조금 비약한 면이 있는 것은 아쉬우나, 그저 (편하게) 시류에 휩쓸려서 남성이 잘못했네, 여성이 억울하네 편가르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한 것으로 돌아가는 등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꼽은 것은 칭찬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