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야마 하네코(高山 羽根子)’의 ‘슈리의 말(首里の馬)’은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를 흥미롭게 그려낸 소설이다.

표지

일본은 길고 섬이 많아서 생각보다 문화 등의 차이가 큰 지역도 있다. 언어까지 달라 사실상 전혀 다른 민족이라고 보는 ‘아이누’가 대표적이다.

오키나와도 좀 그러한데, 그래도 이곳의 ‘류큐인’은 비교적 일찍부터 한자와 가나를 받아들여 사용해서 그런지 아이누보다는 더 일본인 같긴 하다. 실제로도 유전학적으로 크게 동떨어져있는 아이누에 비하면 류큐인은 비교적 본토 일본인과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보다 더 멀다. 이는 한국인 선조 중 일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았다는 걸 뒷받침하는 것 중 하나로, 본토 일본인은 한국에서 넘어간 사람들과 그들과 동화된 원주민의 적극적인 혼혈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달리 아이누와 류큐인은 그에 동화되지않고 좀 더 원주민 혈통을 유지한 부류로, 그렇다고 독립까지는 하지 못한, 말하자면 일본 속의 소수민족인 셈이다.

이것이 말하자면 제국주의 시절 일본에서 그들이 받은 차별이나 그 후로도 계속되는 정체성에 문제같은 것의 근원인 셈이다. 일본에 속해있으면서도 그렇다고 일본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들의 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있다.

그들의 역사 중 일부는 의외로 한국의 일례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같은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것을 실감해야 하는 그들의 감정은 전쟁 피해국인 한국 등의 나라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깊고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일상에서조차 떼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오키나와와 류큐인의 상황을 꽤나 잘 담아냈다.

오키나와 출신이 아닌 인물들을 주요 인물들로 삼은 것이나, 그들이 만나는 오키나와인들의 모습이 별로 적극적이거나 주체적이거나 심지어 긍정적이지도 않은 것, 거기에 주인공이 다소 관망만 하려는 듯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등은 좀 묘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반대로 그랬기 때문에 오키나와의 혼란스러움이나 방황, 앞을 알 수 없는 불안정함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와 메시지를 뚜렷하고 직접적으로 적어내는 대신 일종의 퀴즈를 내듯이 띄엄띄엄 던져주었기 때문에 소설 자체만으로 거기 담긴 이야기를 알기는 어렵다. 반드시 오키나와의 역사 등을 따로 살펴보거나 해야 비로소 왜 그런 요소들을 사용하고 이야기하는지를 좀 더 알 수 있다. 썩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애둘러 돌아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기 위한 힌트도 잘 던져주는 편이라 눈치채면 꽤 분명하게 쓰인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되새길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가 거듭되면 실생활에서 옛것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나서도 기록만 있다면 분명 잊지않고 원래의 정체성을 다시 되새김 할 수 있음을, 그러니 그것을 소중히해야한다는 것을 느끼게도 한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