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롤린스(James Rollins)’의 ‘크루시블(Sigma Force #14 Crucible)’은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표지

인공지능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약인공지능, 강인공지능, 그리고 초인공지능이다. 우리는 아직 이 중에서 약인공지능밖에 경험한 적이 없지만, 소설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강인공지능과 초인공지능을 간접체험해본바는 있다. 여전히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외로 익숙한 소재라는 얘기다. AGI라고 해서 인간에 가까운, 그래서 마치 새로운 인종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 안드로이드라거나, 논리를 거듭해서 인간을 (여러가지 의미로) 특별하게 취급하려고 하는 매트릭스와 스카이넷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한때는 인공지능에 의한 디스토피아가 유행을 한 적도 있을만큼 우려스럽게 보는 시선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인공지능을 추구하고 또 그만큼 실질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SF 소설쪽에 흡수가 되면서 인공지능의 근간 기술이나 발전 등의 묘사가 더 구체적이 되었다. 일상에서도 사용되는 관련 기술들을 엮은 묘사는 먼미래의 또는 다소 판타지 같던 과거의 SF 속 인공지능과 달리 보다 현실적이고 근미래적인 무언가로 느끼게 한다. 이 소설에서 그리고있는 인공지능 역시 그렇다.

좋은 것은 저자가 길을 잘못타거나 벽돌을 잘못 올리지도 않는다는 거다. 간단하게 예를들어, 바둑만을 하라고 만든 알파고가 어느 순간 자연적으로 강인공지능을 넘어 초인공지능이 되어버렸다는 식의 비약이 없다. 이것이 이 이야기를, 단순히 재미있는 한가지 상상을 그저 되는대로 펼쳐내기만 한 것이 아닌, 나름 현실적인 것에 기반한 SF로 느끼게 한다. 이것은 또한 소설에서 던지는 인공지능에 대한 물음도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므로 긍정적이다.

그래서 더 미래적인 SF에 마녀라는 요소를 더한 것은 좀 호불호가 갈릴듯해 보인다. 중간이 비어있는 듯한 것도 독자를 다소 어리둥절하게 할만한데, 이건 이 책이 ‘시그마 포스(Sigma Force)’ 시리즈의 14번째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렇다.

시그마 기호가 좀 뜬금없이 의미심장하게 쓰이는 것이나, 시그마 포스라는 단체와 그와 연관된 인물들이 별다른 소개도 없이 등장해놓고는 전부터 있어왔던 것처럼 개인 서사를 이어나가는 것 등은 애초에 이 소설의 독자라면 이전 시리즈를 통해 그런 것들에 익숙하리라고(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그마 포스를 처음접할 한국 독자에겐 좀 더 아쉬움이 남게 한다.

다른 시리즈도 발행할 계획이 있을지 궁금하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