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은 조선시대 시구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시구문(屍口門, 정식 명칭은 광희문(光熙門))은 말 그대로 시체를 내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무당의 딸인 ‘기련’은 그 곳 근처에서 기다리다 시체를 내가는 사람이 나타나면 적당히 현혹하는 말을 던지고 액땜을 하며 돈벌이를 한다. 어머니의 무당살이를 싫어하면서도 그와 비슷한 짓을 하면서까지 돈을 모으는 이유는 마음에 안드는 어머니와 지금의 생활을 버리고 어딘가로 멀리 떠나버리기 위해서다.

시구문 근처 주막에서 지게꾼 일을 하고있는 ‘백주’는 소년가장이다. 주막 주인이 얼마나 인색한지 도통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도 않아 곤란을 겪기도 하지만, 몸져 누워있는 아버지와 어린 동생을 위해 꿋꿋이 일한다.

기련과 백주는 서로가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힘들지만, 서로를 도와주는 것에 인색함이 없다. 그런 그들은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양반가 아씨인 ‘소애’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연관된 사건에 동참하게 되면서 예기치 않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소설은 시구문이라는 소재에 조선 인조 시대의 사회상과 어려운 당시 백성들의 삶, 그리고 그 와중에도 횡행하던 양반들의 정쟁과 횡포를 꽤 잘 섞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세 아이들이 각자 안고있는 문제들을 마주하고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그렸는데, 그 시작과 끝에 시구문을 두어 단지 배경으로서만이 아니라 상징적으로도 꽤 잘 사용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기련’의 이야기는 다분히 청소년들이 안고있는 정신적인 갈등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갈등 원인이나 해소를 꽤 나쁘지 않게 보여주는 편이다.

아쉬운 것은 마지막 전개가 다소 허술하고, 이들의 끝도 대단히 불투명하다는 거다. 그래서 그게 그렇게 쉽게 가능할까 싶어 의아하고, 이들의 마지막을 통해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읽어내기는 좀 어렵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