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의 ‘살인의 예술(The Simple Art of Murder)’은 사실적인 범죄 미스터리 단편 다섯 개를 담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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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소위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의 거장이다. 이 말은 그의 작품이 어느정도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는 것이기도 한 한편,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오래됐다는 얘기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 역시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수사기법이 발전하고 정립된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고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급격하게 발전한 현대의 과학수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원시적이며 그렇기에 탐정이 범죄를 수사해나가는 과정도 다소 투박하다. 어떻게든 상상력을 발휘해 가설을 세운 후 그걸 확인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부딛히며 발로 뛰고 때론 목숨까지 걸어가며 증언과 증거를 얻기위해 고군분투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무슨 화려한 액션이 나올 것만 같지만, 그의 소설에 그런 건 없다. 다만 주먹과 총알만이 담백하게 한방 한방 오갈 뿐이다. 범죄와 가까이 있기에 당연한 듯 폭력이 나오면서도 그것을 재미나 연출을 위해 과장하거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그린 드라마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꿋꿋이 살아남는 주인공의 운과 능력을 보면 여지없는 픽션임을 느끼지만 말이다.

별 다른 자극이 없이 평탄하게 이어지지만 현실감이 느껴지는 범죄 드라마를 그렸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볼만하다. 거기에 얽힌 인간들의 관계나 서사, 범인은 왜 그런 식의 범죄를 저질렀는가 하는 것을 밝혀내는 약간의 퍼즐, 그 한 가운데서 활약하는 탐정의 존재는 고전적이지만 여전한 재미를 보여준다.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비록 짧기에 다소 빠르게 진행되는 감이 있고, 그래서 미스터리에서는 아쉬움을 느낄만도 하다만 그냥 하드보일드 범죄소설로만 읽어도 충분히 괜찮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