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팩’은 청소년의 고민과 도전, 그리고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리코더를 사랑하는 ‘강대한’은 고2가 되면서 크나큰 시련을 맞게 된다. 같이 리코더부를 만들고 함께 연주하던 친구들이 모두 떠난데다, 철인스포츠부에게 부실까지 빼앗길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말로는 부원이 없으니 자연히 폐부되는 것 아니느냐나.

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부끄럽다며 리코더를 그만둘 생각이 없는 대한은 부원이 줄었다고 폐부가 된다는 학칙도 없으며 부원 역시 새로 모집할 것이라며 퇴실 요청을 강하게 거부한다. 그렇게 리코더부 대신 부실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철인스포츠부와 대립하다가 대한은 졸지에 생각지도 않았던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게 된다.

그렇게 소설은 학기초인 3월부터 철인3종경기가 벌어지는 6월까지 대한이가 리코더부로서 활동하고 철인3종경기를 준비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걸 빠르지만 급하지는 않게 전개하며,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도 번잡하거나 중심이 흩어지지 않게 담아냈다.

주요 아이템으로 리코더를 설정한 것도 꽤 좋았다. 리코더는 대게 초등학교때만 해보고 그 후엔 안하기에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런 인식이 ‘고2씩이나 되서 리코더를 분다’며 부끄러워 하게 만들고, 그게 주인공이 부원들을 잃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끈다.

리코더에 대한 인식이 낳은 ‘고작 리코더’라는 편견은, 대한이가 혼자서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하는 것을 더욱 애처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꿋꿋하게 나아가는 대한이의 모습은 소중한 것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한편, 남들에겐 사소한 것일지라도 충분히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도 같다.

대한이가 그렇게 소중히하는 게 왜 하필 리코더였나 하는 것도 잘 풀어냈다. 이건 대한이가 방황하게 되는 이유와도 직결되는데, 그게 방황을 끝내고 가족과 화해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해서 리코더로 시작한 이야기를 리코더로 끝내는 꽤 괜찮은 구성이 됐다.

대한이가 변화해 가는 것도 잘 그렸다. 어느날 갑자기 바뀌는 게 아니라, 처음엔 아니꼬운 마음도 있던 것이 점차 눈에 익고 도움이 되는 걸 새삼 실감하며 익숙해지고, 그런 과정을 함께하면서 전에는 못봤던 것을 보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며 응어리진 것이 풀어지거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공감이 가도록 했다.

리코더부를 지키려고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그를 통해 그가 얻은 건 그보다 훨씬 크고 소중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대단한 변화나 반전 같은 걸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유쾌하면서도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가 꽤 좋았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