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 종친회’는 족보라는 소재를 정말로 잘 풀어낸 소설이다.

표지

현대 한국인들은 대부분 족보라는 걸 가지고 있다. 족보의 대부분은 왕과 양반으로 이어지는 소위 가문의 영광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애초에 족보라는 게 가문을 드러내고 또 얼마나 괜찮은 가문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다. 막말로 비천한 출신이라고 한다면, 굳이 그걸 대대손손 잊을 수조차 없도록 기록으로까지 남겨 물려줄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지금의 이 ‘족보있는 집안’밖에 없는 상황이 이상할 수밖에 없다. 대체 그 많던 노비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그 모두가 독립운동에 열과 성을 다했기에 일제에 의해 멸족이라도 당했단 말이냐.

여기서 등장하는 게 직위를 산 기록, 족보를 차용한 기록, 노비로서 부려졌던 기록 같은 거다. 신분세탁의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상에 대해 잘 모르는 어떤 성씨에 대한 기록이 특정 시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꽤나 의심가는 증거라고 할만하다.

소설 속 ‘헌씨’가 딱 그렇다.1 명확한 족보가 있는 것도 아니야, 한두명 쯤 있을법한 유명인도 잘 모르겠고, 그 뿐이랴, 심지어는 시조도 누군지 아는바가 없다. 오히려 노비문서 같은 것이나 연달아 나와서는, 이건 뭐 영락없는 노비집안이다. ‘노비 종친회’라는 명칭은 남들이 깔보며 하는 얘기기도 하지만, 반쯤은 자조가 섞인 것이기도 한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종친회를 만들고, 같은 성씨들을 모으고, 어쩌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자기들의 뿌리를 알려고 하는 한편, 노비니 뭐니 하는 과거에 상관없이 당당해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꽤나 볼만한 이야기다. 설사 헌씨에 대한 것이 단순한 맥거핀이어도 어느정도 준수했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걸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이용만 하지 않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적당히 섞어서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이야기의 완성도를 상당히 끌어올렸다.

찾아보기 힘든 드문 성씨라는 설정은 얼핏 지나친 우연같은 이야기도 그럴듯해보이게 하며, 한편으론 혈통과 인연같은 가족애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함으로써 단순히 유쾌하게 보고 넘길 소란극이 아니게 만들기도해서 전체적인 구성 역시 꽤나 좋다고 느끼게 한다.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헌씨는 실제론 없는 성씨다. 이는 이 소설이 온전한 가상의 이야기임을 단적으로 알게함은 물론, 특정 성씨를 언급함으로써 불쾌해지지 않도록 신경쓴 것이기도 하다. 본문 역시 그러해서, 자칫 불쾌해질만한 부분은 성씨 등의 정체성이 모호한 인물에게 맡겨 분란이 일어나지 않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