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 크라머(Sofie Cramer)’의 ‘메시지가 왔습니다(SMS für Dich; Text for You)’는 문자를 통해 시작되는 인연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아마 허투로 보고 지나칠만한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소재나 시놉이 좀 뻔해보이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배송된 편지같은 것으로 인연이 싹을 튼다든가, 그게 목소리나 모습을 볼 수 없는 제한적인 수단이라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부추기는 장치가 된다는 것도 그렇고, 그러다가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게 된다는 흐름 역시 솔직히 좀 많이 우려먹힌 소재와 이야기 전개니까. 지금에와서는 고전적인 클리셰라고 해도 될 정도다.

연인과 헤어진 슬픔이라든가, 잘 풀리지 않는 직장이라든가, 사소한 장난, 뜻밖의 우연에 끌리는 것 같은 캐릭터의 기본 설정같은 것도 좀 그렇다.

그래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표지까지 단순해서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다보니 더 그렇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면 꽤 볼만한 소설이라는 걸 곧 알 수 있다. 소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두가지,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가 충분히 괜찮기 때문이다.

클리셰적인 설정들도 단지 두 사람을 잇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이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기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그렇게 시작한 서사도 조금씩 흥미를 잃지않게 유지하면서 꽤 풀어내서 등장인물들의 심정이나 생각같은 것에도 이입하며 볼 수 있게 한다.

특별한 소재나 전개, 반전같은 것은 분명 그 자체로 신선한 맛이 있어 좋기는 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것들을 통해 캐릭터의 서사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충분히 괜찮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2009년작인 소설은,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SMS für Dich, 2016)로도 만들어져 나쁘지 않은 평1을 받았었는데, 그걸 이번에 새로 리메이크한다고 하니 또 어떤 각색과 연출로 둘의 이야기와 로맨스를 담았을지 궁금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사이트마다 다르긴한데, 대략 별점 3점 정도의 평이다. 개봉 당시 독일 영화 흥행 순위도 9위로, 이 정도면 ‘좋다’까지는 아니나, ‘볼만하다’고는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