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담은 소설이다.

표지

소설에는 꽤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가정 내 성폭력, 강간, 미성년자 성범죄, 학교비리, 권력과 거기에 편승하는 사람들 등 각각을 하나씩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할 이야기가 많을만한 것들이 한데 뭉쳐있다. 그래서 안그래도 소재 때문에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소설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좀 과해 보이기도 하다. 무슨 설거지 몰아주기도 아니고, 불행이 한 사람에게만 너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외로 현실감이 높진 않다.

하지만, 각각의 사건 자체는 상당히 사실감이 있는데, 대부분이 현실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있어 계속 기시감을 주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도 충격적이었던 사건들은 지금 보아도 마찬가지여서 보다보면 마음을 꿀렁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저자는 사건 묘사를 꽤 잘 한 편이다.

다만, 소설로 옮기면서 일종의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그건 사건들을 하나로 잇고 등장인물들과 연관을 짓기 위해 바꾸면서 생긴 것인데, 이게 각 사건을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봤을때는 어색해 보이는 점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건의 결말과 그 이후의 이야기가 특히 그런데, 이는 현실에서의 것과 비교되기에 더 그렇게 보인다.

사건간의 연결이 썩 자연스럽거나 개연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은 소설에 너무 많은 사건을 담으려고 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소설은 학교 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일도 다루고 있는데, 이 둘 사이에는 사실 그리 큰 연결점이 없다. 그게 소설을 둘로 나뉘어 보이게 하며, 한쪽에서 다른쪽으로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 교육계의 치부를 담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정 내 성폭력에 있는데, 이런 점도 책이 뭔가 애매하게 쓰였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연호 찾기’를 미스터리로 이용한 것은 꽤 나쁘지 않았는데, 이것 역시 좀 억지스럽게 풀어내는지라 그렇게 좋지만도 않았다.

소설로서는 분명 아쉬운 점이 많지만, 사회적인 내용들은 꽤나 의미가 있었다.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한 편이다.

이런 일들을 겪고도 여전한 현실을 보면 괜히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