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덩덩 새 선비’는 유명한 구렁이 신랑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표지

오랜 자식기원 끝에 낳은 구렁이가 맘씨좋은 각시에게 장가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이야기는 세세한 것 하나 하나를 통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예를 들어, 이웃집 첫째 둘째가 구렁이를 보고 기겁을 하는 것은 외모를 두고 차별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셋째만은 그러지 않는데, 그건 셋째의 사람됨을 은근히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떠나면서 허물에 대고 얘기하는 것은 약속의 엄중함을, 손쉽게 허물을 들키고 심지어 태워 없어지게 한 것은 약속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것인가를, 그 후 각시가 선비를 찾아 헤매며 겪는 일들은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데, 각자 나름의 해석을 해보는 것도 한 재미다.

구렁이 신랑 이야기는 유명한만큼 변이도 많은데1, 책에 실은 것 역시 다른것들과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그게 이야기의 개연성을 좀 떨어뜨리는 면을 보인다.

허물을 태운 것과 선비가 집에 오지 않는걸 제대로 연결짓지 못하는 게 그 하나다. ‘안 돌아온다’고 하는 이야기가 대게 ‘실망’으로 풀이하는 것처럼, ‘못 돌아온다’고 하려면 집을 찾지 못하게 됐다던가 하는 풀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선비가 새 장가를 든 걸로도 이어져, 멀쩡한 부인을 냅두고 괜히 새집 살림을 차린 이상한 놈으로 여기게 만들기도 한다.

이웃집 딸들이 처음 구렁이를 구경왔을 때 기겁하는 걸 보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도 구렁이가 사실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썩 어울리는 변형은 아니며, 첫째와 둘째가 구렁이의 변한 모습을 보고 샘나 배 아파하던 것이 이 후 허물을 없애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걸로 끝이었던 것 역시 좀 아까웠다.

이렇듯 이야기는 좀 아쉽지만 그림책으로서는 꽤 매력적인데, 마치 전통 한지와 수묵화를 연상케하는 그림들은 옛 이야기와도 어울려서 분위기를 살려준다. 이야기의 주요 장면들도 잘 묘사해서 그림책을 보는 맛을 더한다.

  1.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이나 문화콘텐츠닷컴 등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