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른핀 콜레루드(Arnfinn Kolerud)’의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최악의 방법(Snillionen)’은 뜻하지 않게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면서 겪게되는 일화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갑자기 큰 돈이 생기게 되면 무얼할까. 허무한 상상이라는 걸 알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걸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혹자는 거금이 들기에 그동안엔 쉽게 해보지 못했던 세계여행 같은걸 하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좀 더 큰 집이나 빠른 차, 또는 큰 TV 같은 것을 사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드물게는 이제까지 해보지 못했던 큰 기부를 하겠다는 놀라운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 속에 이제까지와 다름없이 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대부분이 그럴지도 모른다. 급격한 변화가 어떤 일을 초래하게 될지 두려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제까지의 삶도 그렇게까지 초라하고 고통스럽거나 나쁜 것은 아니어서 그렇다. 지금의 집, 주변 환경, 심지어는 직장에서의 보람까지도 나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거다.

이 소설의 주인공, 프랑크의 엄마도 그런가보다. 무려 2,400만 크로네, 한국 돈으로 약 30억 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받게 되었는데도1 전과는 다른 사치를 하거나 생활을 바꾸는 것 없이 일상을 계속하길 원한다.

문제는 그 사실이 온 마을에 퍼져버렸다는 거다. 그때부터 이들 가족에겐 괴로움이 시작된다. 말도안되는 이유를 들이대며 돈을 요구하는 인간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현실에도 그런 예가 많았던지라 이 부분은 꽤나 현실적이었다.

마을이 점차 이상해지는 것도 그렇다. 여기서는 작가가 가진 인간에 대한 불신을 엿볼 수 있는데, 나 자신도 작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꽤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조금은 미스터리한 면이 있어 더 그렇다.

다만,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지중해에서의 이야기는 속이 터질 듯 답답하기도 하고 공감도 잘 안되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 풀어놓았던 미스터리를 거의 방치하다시피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작가가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과 그것들을 통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게 무엇인지가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잘 드러났기에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이야기의 마지막도 나쁘지 않다. 이 사건이 결국 무엇을 남겼는지를 생각하면, 프랑크의 엄마는 어쩌면 크게 만족하고 있지 않을까.

번역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제목은 쫌 긴가민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원제인 Snillionen이 사전에서 검색되지 않는 걸 보면 저자가 만들어 낸 합성어인가 본데, 저자는 어떤 제목을 붙였던 건지 궁금하다.

  1. 만약 한국에서 로또 30억원에 당첨되었다고 하면, 실 수령액은 약 15억원이 될 것이다. 총상금에서 필요경비인 1회 게임비 1,000원을 제하고, 그 중 3억에 22%(기타 소득세 20% + 주민세 2%), 나머지에 33%(기타 소득세 30% + 주민세 3%)를 세금으로 걷어가기 때문이다. 정확한 계산은: 총상금 3,000,000,000원 - 게임비 1,000 = 2,999,999,000원 / (300,000,000원 X 22%) + (2,699,999,000원 X 33%) = 593,999,780원 + 890,999,670원 = 1,484,999,450원 / 3,000,000,000원 - 1,484,999,450원 = 1,515,000,5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