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은 독특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사실 문자 그대로 ‘독특하다’고는 할 수 없다.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나 소재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설에 사용한 주요 설정과 플롯 중에는 이미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보았었기에 익숙하고 그래서 보면서 자연히 기존것과 비교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단지 이전 것을 연상케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한데모여 이 소설만의 세계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나 매력있게 보인다.

그래도 이것 뿐이었다면 그저 그런 소설에 그칠 수도 있었을거다. 이야기가 부족했다면 말이다.

소설은 뻔한 드라마와 뒤집기가 몇번 반복되는 형태로 짜여있다. 뻔한 드라마는 다르게 말하면 대중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어느정도 이어지다가 순식간에 뒤집기를 하고 다시 대중적인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 뒤집기 순간이 참 절묘하다.

단지 뒤집기만 그런게 아니라 그 전 후 이야기 역시 충실하다. 어느 한쪽을 소홀하게 취급해 버려지게 하지도 않으며,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잘 읽히고 꾸준히 흡입력도 있다.

전체 구성도 잘했다. 이것 역시 쉽게 들어와서 보고나면 ‘아 이래서 이렇게 했구나’하게 된다.

복선도 상당히 잘 사용했다. 앞에서 은근슬쩍 뿌려두는 것들이 뒤에서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 꽤 있는데, 이걸 잘 맞아떨어지게 배치했기 때문에 어설프지않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독자가 복선을 놓치지 않도록 굉장히 친절하게 사용한 건 좀 독특하다. 깔때도 이것이 떡밥입네 하면서 대놓고 깔고, 회수할때도 정확하게 무슨 떡밥을 회수하는건지 친절하게 다시 언급해주어서, 이 소설에서 암시적인 복선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건 자칫하면 복선이 지나치게 얕아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만, 깔고 회수하는 시점도 적절하고 쉽게 읽히는 게 이야기와도 어울리기 때문에 따지자면 이 역시 장점으로 꼽을만 하지 않나 싶다.

다만, 그렇기에 더욱 회수하지 않은 복선을 남겨 둔 것이 걸리기도 한다. 딱히 엄청난 생각거리를 남기는 것도 아니고, 이제까지처럼 친절하게 남겨둔 복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유독 이것만 이질적으로 보인다.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