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Solitary)’은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Ace Pilot)였던 조라 롬(Giora Romm)이 격추당해 포로가 되면서 겪은 포로 생활과 귀환 후 복귀를 담은 논픽션 소설이다.

표지

이야기는 주인공이 추락하면서 시작한다. 큰 부상을 당한 상태로 적지에 떨어져 적진에 사로잡힌 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때로는 괴롭힘도 당하고 독방을 들락날락 이며 군 정보를 토해내라는 신문을 당하면서 겪은 괴로움과 내적 갈등, 고민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 일을 겪었던 당사자가 직접 쓴 것이라서 그런지 포로로서 겪는 괴로움과 대우, 사태가 변해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 들이 꽤 잘 묘사되어있다.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는가 하면, 자신을 구해주지 않는 조국과 생각 없는 자국민에 대해 불만을 품기도 하는 모습이 꽤나 사실적이다.

이스라엘 군인인 그를 향해 갖가지 방식으로 나타나는 혐오와 분노, 그리고 괴롭힘에서는 전쟁에서 적국 포로란 어떤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 책은 또한 성공한 군인의 무용담이기도 하다. 귀환 후 고작 몇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 만에 자신을 괴롭히던 독방의 굴레에서 벗어나 군에도 성공적으로 복귀하고, 동료들이 죽어 나갈 때도 운 좋게 계속 살아남아 꾸준히 임무를 수행해나가며,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을 향한 소소한 복수도 행하기 때문이다.

전쟁 포로로서 괴롭힘을 당하다 귀환하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므로 결국 그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작가처럼 몇 년 만에 그걸 떨치고 심지어 다시 군으로 복귀까지 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 것이다. 그 누가 죽음의 공포를 주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겠나. 그런데 그걸 해냈으니 굉장할 수밖에.

그러나, 이 무용담은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이야기의 배경 중 하나인 ‘6일 전쟁’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한 것이고, 목적도 영토 확장과 정치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다, 기습 폭격으로 거의 일방적인 학살을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가 폭격을 당했을 때도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 아닌가. 만약 그가 폭격 되지 않았다면, 반대로 그가 다른 이들을 폭격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아랍인들이 어떤 마음을 품었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런데도, 독방 생활 중인 그의 취급이 증오하는 적국의 장교를 대하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물러서 놀랐다. 꽤 심한 고생을 했음에도 무르다고 표현한것은, 우리가 이미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을 통해 고문과 신문이 어디까지 악독해질 수 있는지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는 적국의 장교였으니, 더 심했겠다고 생각했던거다. 그런데, 막상 보니 생각했던것 보다는 말랑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알게 되어 영광이었다’니, 이게 적군을 보내며 할 소린가. 작가의 이 수기는 전쟁과 포로, 고문에 대해 알던 것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찬사의 말 중에는 ‘최고의 전쟁 문학 중 하나’라는 것도 있더라만, 솔직히 픽션으로 쓰인 전쟁 소설보다 더 생각할 거리나 가치가 담겨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살아남은 이스라엘 군인의 무용담 중 하나처럼 보였다면, 지나친 과소평가일까. 나름 의미도 있겠고 볼만은 하다만, 그 정도는 아니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