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아들’은 흔하지않은 기독교적인 이야기들을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작가가 대학 시절부터 30여년간 쓴 중/단편소설 중 기독교적인 것 12편을 골라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언뜻 봤을때는 간증집같기도 하다.

실제로 수록 소설 중 일부는 다분히 그런 느낌이다.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우연찮게 좋은 사람과 기회를 만나고, 그래서 나름 성공이라 할만한 일을 이뤄내는 이야기. 거기에서 신의 은혜를 느낀다는 것 말이다. 이런 점은 여타의 간증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소설집엔 그런 이야기들만이 있는게 아니다. 그런 것에서는 꽤 벗어나 있는, 신앙 생활에 의혹이나 염증을 느끼는 이야기 같은 것도 다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집은 간증집으로서는 심각한 결격 사유를 갖고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가치있어 보였다.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그만큼 허환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게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종교적으로 해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대신 때론 방황도 하고 의심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이나 또는 신앙생활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고, 나아가 현대인과 종교생활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종교적인 색체를 띄는 것은 소설집의 특성상 어쩔 수 없으며, 오랜 세월이 담긴만큼 문장도 일부는 옛스런 느낌을 물씬 풍기기도 한다. 현대적이거나 세련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문장이 나쁜 것은 아니며 이야기 역시 그래서 보기 괜찮았다.

현대 기독교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어 비기독교인이 읽기에도 나쁘지 않지만, 기독교인이 읽었을 때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런 소설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