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프 베르노(Joseph Vernot)’의 ‘마녀, 요정 그리고 공주(Sorcières, Fées & Princesses)’는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일러스트를 덧붙인 고전 동화 모음집이다.

표지

남성 주인공을 테마로 한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Héros, Princes & Chevaliers)’와 세트인 이 책은, 반대로 여성 주인공을 테마로 한 것이다.

당연히 여성 주인공인 동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법한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것이 빠지지 않고 들어있다.

거기에 ‘아름다운 바실리사’나 ‘그라시외즈와 페르시네’처럼 처음보는 동화도 수록했는데, 지역색이 있는 지명 등이 독특해서 조금 신선하기는 하나 내용면에서는 다른 동화를 연상케 하는 점이 많아서 묘하게 낯익고 일종의 데자뷰를 느끼게도 한다.

서로 다른 지역의 신화를 비교해보면 의외로 유사한 점이 많은데 동화도 그런 점이 있다는 게 재미있다. 인간이란 제 아무리 다양해봤자 거기서 거기인 존재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책 시리즈에는 ‘다 알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래서 소위 ‘잔혹 동화’같은 것처럼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시대상이나 널리 알려진 동화의 이면에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실감나게 그려낸다던가 한 건가 싶기도 한데, 아쉽게도 딱히 그런 건 아니다. 반대로 그런 것들과는 달리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동화에 비교적 충실한 편이다. 그래서 딱히 잘 모르던 걸 더 잘 알게된다는 느낌은 없다.

동화라는 게 대게 짧고 굵게 큰 줄거리만 이야기하는 게 많아서 더 그렇다. 애초에 세부 내용이라는 게 별로 없다보니 장편소설의 ‘요약본’을 봤을 때 놓치게되는 감정 묘사나 상황 흐름 같은게 딱히 없다는 얘기다.

이런 요약본스러움은 수록된 동화 뿐 아니라 신화나 전설을 다룬 ‘짧막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여서 해당 인물들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하기보다는 이런 인물도 있다는 소개 정도에서 그친다.

하지만, 애초에 이 책의 강점이 그런 것에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동화와 잘 어울리는 멋진 일러스트가 장점이다. 검은색을 이용해 실루엣처럼 그린 그림은 마치 고전적인 판화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옷감이나 머리카락 등을 세밀하게 그려내서 현대적이기도 하다. 거기에 푸른색, 붉은색, 금색 등으로 세밀하게 포인트를 준게 굉장히 고급스럽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보니 분량 때문인지 내용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으나, 일러스트 하나만큼은 어른들이 봐도 감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