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르도네(Marie Redonnet)’의 ‘장엄호텔(Splendid Hôtel)’은 비극을 그린 마리 르도네 삼부작의 첫번째 소설이다.

표지

저자의 데뷔작인 이 1986년 소설은, 서서히 스러져가는 장엄호텔을 그 마지막이 오너가 될 한 여자의 시점으로 그린 것이다.

표현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정말로 딱 그런 느낌이다. 이 소설에서 주가 되는 것은 전혀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얼핏 주인공처럼 보이는 화자조차 그렇다. 호텔에 머물고 있는 화자와 그의 두 언니는 물론, 이 호텔에 늪지를 경우하다 쉬러 온 진토배기 손님이나 늪지 개발에 엮인 관련자여서 일을 위해 찾아온 손님까지도 모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모든 이야기가 서서히 쇠락해가는 장엄호텔과 그로인해 생기는 문제들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장엄호텔을 굳이 늪지에 세운 이유부터 해서, 한때의 유행에 맛을 들여 습기가 많은 늪지와 맞지않은 나무를 주 재료로 한 것은 물론, 늪이라는 불안정한 지반이 배경이라 계속해서 물이 차오르고 또한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이나 습하기 때문에 자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는 위생 문제까지가 다 그렇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문제는 화자와 그의 자매들을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괴롭힌다. 한때는 괜한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나, 그것은 이뤄지기 어렵고 단지 확실한 것은 종말을 향해간다는 것 한가지 뿐이라는 점은 조금 크툴루 신화 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자매들에게 닥치는 불행은 전혀 크고 확실하지 않은 자잘한 것들이라 어쩌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더 질이 나쁘다. 비록 자잘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쌓이는 문제는 이 이야기가 결국 어디로 갈 것인지를 점점 더 분명히 알게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