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생존기’는 시골로 전학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사춘기는 복잡한 시기다. 스스로도 그렇지만, 대게 그 시기에 가정적으로도 큰 이슈가 많아서 더 그렇다. 부모의 직장 문제가 대표적이다. 나이먹고 미묘하게 애매해질 시기라 직장을 바꾸는가 하면 퇴직, 안좋으면 해고를 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쩌면 부드럽게 넘길만한 것도 커지고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주아령’도 그렇다. 아버지가 건강 문제로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그래서 원치 않던 시골행을 하면서 부모와 감정에 골이 생기는가 하면 갑작스런 전학으로 학교 생활에서도 적응 문제를 겪게 된다.

거기에 덥친 격으로 짝까지 이상한 애를 만난다. 학교에서 보기 전 자전거로 치고 갈 뻔 했던 첫 인상부터 구려서 내심 ‘싸가지’라고 별명 붙인 그 애는 하는 짓도 특이하고 묘하게 비밀스런 구석도 많다. 그래서인지 반 친구들과도 별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적응문제를 겪던 아령은 싸가지와 점점 친해지게 된다

환경이 바뀌면 모든 것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물며 살던 곳에서 떠나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시골에서 사는 것이야 어련할까. 여러 시련이 있을 것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끼리 조금 험악해지기도 하는데, 그 해결책으로 가족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사건을 둔 것은 꽤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다소 과한 느낌도 없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고 나름 떡밥도 있었던데다가 그 사건이 컸기 때문에 그 후의 변화 등이 꽤 잘 정리되어 보이는 느낌도 있어서 나름 적절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건 싸가지 건도 비슷하다. 조금 극단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런 배경이 마치 만화에나 나올 듯한 독특한 싸가지의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도 하며, 그걸 함께 겪은 것이 둘의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이나 정신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는 것을 뒷받침 해주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이 책은 성장을 다룬 소설이다. 등장인물 각자 뿐 아니라, 가족,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그렇다. 이런 부류는 자칫 지나치게 교훈적이거나 급작스러운 깨달음을 들고 나와 마뜩잖은 경우도 있는데, 다행히 주변사람과 대화하고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변화해가는 과정을 차분히 진행하며 그럴듯하게 잘 그렸다.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귀농에 대한 얘기도 꽤 많이 나와서 어느 정도는 귀농이나 시골에서의 생활을 소개하는 측면도 있었는데, 이것도 괜한 욕심으로 어거지로 넣어 붕 뜬게 아니라 이야기와 잘 엮은 것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