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죽어야 사는 헌터 1’은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각색해 만든 만화다.

표지

처음엔 원작 제목에 따라 ‘SSS급 자살헌터’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이 만화는, 원작 제목이 지금처럼 바뀌게 되면서 덩달아 바뀌게 되었는데 아마도 ‘자살’이 너무 극단적이며 부정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좀 더 가벼운 분위기가 되었는데, 그것은 너무 심각하게 가라앉지 않는 작품의 내용과도 더 잘 어울린다.

솔직히 냉정하게 말하자면, 적당한 짬뽕같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식상한 SSS, 스킬카드같은 게임식 표현, 어디서 많이 봤던 탑이나 성좌, 스킬 훔치기라는 요소도 그렇고, 별것도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반복함으로써 그것을 극복해낸다는 기본 플롯 역시 마찬가지다.

언뜻보면 바닥에 있는 인간이 노력을 통해 밑에서부터 기어올라오는 것 같지만 너무 사기급의 능력을 가진데다 운까지 유독 따라주면서 이야기 전개마저도 전형적인 가벼운 판타지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지만, 상당히 재미있다. 각 요소들을 나름 잘 조합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말도안되는 개사기 스킬을 딱 맞는 조합으로 연이어 얻게 된다는 것은 좀 황당하지만, 그래서 그걸로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그 과정에서의 만남이 어떤식의 이야기로 이어지게 될지 나름 흥미를 갖게 한다.

심지어, 만화화도 잘 됐다. 작화와 연출이 좋아서 거슬리는 점이 없고, 잘 읽히기까지 한다. 원작 재현률이 높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들이 간혹 저지르는, 마치 소설책을 읽는듯한 문장 나열식 전개가 없다. 이건 애초에 원작이 만화에 가까운 가벼운 판타지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각색이나 그에 맞는 연출을 잘 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당초 스크롤 방식의 웹툰으로 연재했던 것을 책으로 엮으면서 편집도 잘 했다. 스케일이나 연출을 죽인다던가, 지나친 여백으로 눈살 찌푸리게 하는 점도 없고 페이지 방식에 어울리게 잘 만들었다.

이런 수준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실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