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들의 참모’는 고려와 조선 왕 옆에 섰던 자들을 살펴보는 책이다.

표지

책에는 “왕을 움직여 역사를 바꾼 참모와 비선의 실체!”라는 문구가 마치 부제처럼 붙어있는데,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꽤 자극적이다. 그래서 흥미를 끌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사에서는 왕이 그렇게까지 신성화되거나 절대적인 권력을 갖은 적이 많지 않다. 오히려 신하들이 더 큰 권력을 가져 눈치를 보는 왕도 있었는데, 그걸 생각하면 역사를 그들을 통해 살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듯하다. 그리고 그건 그렇게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건 이 책이 고려에서 조선까지 약 1000년에 걸친 한국사를 왕 옆에 있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사건 중심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각자의 사연과 의도, 일기를 중심으로 한 인물사가 확실히 더 재미있다. 이 책은 그런 인물사를 짧게 요약하게 집대성한 것 같은 책이다.

책은 크게 23편, 인물 수로는 그 배 이상을 담고 있다. 책 제목과 달리 왕 주변에 있던 참모들 뿐 아니라 왕이나 그들과 인연이 있던 사람들의 일화까지 소개하기 때문에 실제로 세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점은 때때로 이 책이 ‘참모들에 대한 책’이란 것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보다는 고려로부터 이어진 한국사를 간략하게 훑어보는 느낌이다. 눈여겨 볼만한 참모들을 꼽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식으로 한 게 아니라, 고려의 성립에서부터 멸망, 그리고 이어진 조선에서의 일을 시간 순으로 이어가면서, 그 중간 중간 특히 눈에 띄었던 참모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신경써서 하는 식으로 책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딱히 “참모와 비선의 실체”를 파헤치거나 하는 것도 아니어서 책 컨셉은 좀 모호하다. 그냥 고려와 조선의 주요 인물과 사건들을 간단하게 훑어보는 책이라고 생각하는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