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블 맨(Stan Lee: The Man Behind Marvel)’은 히어로 만화와 영화로 유명한 마블의 대표적인 인물 스탠 리의 전기를 담은 책이다.

표지

얼마 전, 2018년 11월 12일, 향년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스탠 리(Stan Lee)1‘는 여러 면에서 화재가 되고 유명하며 또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그건 그가 만화 편집자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마블의 대표적인 캐릭터들을 만들고 또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홍보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팬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마블의 행보가 지금의 명성과 계속되는 영화의 성공처럼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어려움과 괴로움과 고민 끝에 어떻게든 살아남은 것에 가깝다.

이 책은 그런 그와 마블의 이야기를 담은 전기물로, 그의 아버지가 미국으로 이민 오는 것부터 시작해 그가 마블에 입사하고 ‘회사원’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그걸 역사서처럼 지루하게 나열하기만 한게 아니라, 그가 함께했던 미국 만화 시장의 성장과 히어로물의 역사를 살펴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나누고 재배치 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잘 엮었다.

얼마나 그런지 몇몇 이야기들은 마치 ‘지어낸 것’ 같기도 하다. 몇몇 이야기 중엔 여러 버전이 있다던가, 공식으로 알려진 내용과 스탠이 직접 얘기한 것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던가 해서 더 그렇다. 스탠 자신도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은 과장해서 얘기하곤 한 것으로 보이는데(본인의 이야기까지 만들어 내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천상 이야기꾼인지를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이 그의 이야기가 진짜인지 아니면 성공한 사람에게 달라붙는 일종의 신화같은 것인지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 감동적이거나 깔끔한 엔딩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존 인물의 인생을 기록과 인터뷰 등에 의존해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고도 은퇴하지않고 활발히 활동했지만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는 점이 그 하나다. 그는 큰 실수 후 마치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이 노력했지만, 오히려 그의 능력이나 시대를 읽는 능력이 떨어졌음만 보여주는 꼴이 된 건 아쉬운 점이다.

그렇다고 그게 그가 그때까지 이뤄냈던 것들까지 빛바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겐 여전히 놀라운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는 존경할만한 사실이 있고, 그 자신도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스탠 리 찾기’2 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작품 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이렇게 잘 브랜딩 한 것에는 새삼 감탄도 나온다.

이제 더 이상 그는 볼 수 없게 됐지만,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만화 작가 1세대라 할 수 있는 그의 손에서 태어나 수십년이 지난 후대의 손에 넘겨진 그의 유산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재미는 물론 시대를 관통하는 의의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1. 본명은 ‘스탠리 마틴 리버(Stanley Martin Lieber)’로, ‘스탠 리’는 작가로서의 필명이다. 

  2. 그가 카메오로 출연한 작품에서 등장신을 찾는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