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1’은 다음웹툰에서 연재했던 작품 1~11화를 단행본으로 엮어 낸 것이다.

표지

시동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있다. 일종의 성장 드라마인 이 만화는 주요한 내용들이 대부분 후반에 몰려있는데, 그 덕에 초반부를 담은 1권은 조금 재미가 없는 편이다.

작가가 일부러라 할만큼 캐릭터나 배경 설명을 아낀데다, 심지어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상황에 대한 공감대도 딱히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더욱 그렇다. 느닷없이 싸다구를 때린다던가 하는 게 그렇다. 그래서, 언뜻 보았을 때는 좀 불편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참고 보다보면 나중에 가서는 단지 싸다구를 후리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코미디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단 계속 봐보길 권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초반의 답없고 설명없는 이야기에는 모종의 답답함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작가의 불친절함에 불만이 생길 수도 있으나, 뒤에 이어질 것들에 비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보면 볼수록 볼만해지고, 끝에 가서는 작은 울림을 남기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흔해빠진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만, 지극히 만화적이면서도 또 반대로 굉장히 현실적이기도 한 이야기와 표현들이 그걸 잘 살려낸 게 아닌가 싶다.

만화는 연재할 때 스크롤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컷 분할 등이 출판 만화와는 많이 다른데, 그걸 단행본으로 만들면서 배치를 조금 손봐 너무 어색하지 않게 만지기는 했다. 그러나, 애초에 출판까지 생각하고 그린 게 아니고, 단행본 작업을 하면서 편집에 힘을 준 것도 아니라서 여전히 웹툰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쉬운 것은, 그 덕에 그림의 질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거다. 낮은 해상도로 그린 그림을 늘려서 찍다보니 때론 뭉개져 버린 컷들도 꽤 눈에 띈다. 그래도 기왕 단행본인데, 보정 좀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