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어둡다. 어렵다.
장르로 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근미래 디스토피아 SF’정도일거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배경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물론, 배경 자체도 그리 멀지않은 근미래이긴하다만, 느낌은 그보다 훨씬 더 가까운 현재 그 살짝 바깥을 그린 것 같다. 오히려 근미래면서도 훨씬 더 미래에나 나올법한 것들이 가끔 등장하기 때문에 그걸 보며 ‘아, 근미래였지’라고 상기할 정도다. 그래서 이 소설은 미래소설이라기보단 현실을 고발하거나 개탄하는 소설같다.
주제도 좀 그렇다. 그냥,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으면되는, 재미를 추구하는 소설은 아니다. 그래서 굉장히 어렵기도 한데, 그건 심지어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깊게 생각치 않았던 것들까지 던져줘서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게다가, 소설은 불친절하기까지 하다. 나열식으로 늘어놓은 문장이 많아 읽을때 걸리고, 시작과 끝, 각 사건이나 시간 사이의 정확한 개연성이나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어 보이는 것은 (현실처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거나 스스로 상상해 짜 넣어야한다. 가명처럼, 호처럼, 미들네임처럼 바뀌는 등장인물의 이름도 그렇다. 오죽하면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헷갈리것 같은 착각마저 느낄까.
하지만, 이 소설은 재밌다. 현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배경과 인물들의 상황은 그들의 심정에 공감하게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을 따라 여행을 하기도 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하기도 한다.
명확히 딱 떨어지는 결과(결론)나 그런게 없어서 다 읽고 나서는 ‘이렇게 끝이야?’싶기도 하지만, 그런 모호하게 우울한채로 끝나버리는 것이야말로 이 소설에 어울리는 종국(epilogue)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