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 페르손 지올리토(Malin Persson Giolito)’의 ‘나의 다정한 마야(Storst av allt)’는 총기사건의 공범으로 체포된 마야의 사건을 마야 자신의 수기 형식으로 그려낸 법정 스릴러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은 총기난사라는 조금 무거운 주제를 소재로 했다. 학교에서의 총기난사는 실제로 여러번 벌어지기도 했고, 그만큼 여러번 논란이 되기도 했던 문제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걸 스릴러로 담아냈다고 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솔직히 이 이야기는 책의 첫 인상과는 많이 달랐다. ‘스릴러’라 할만큼 쫄깃한 긴장감을 주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총기난사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이용하지도 않는다.

대신 마야의 이야기를 실제 10대 소녀가 쓴 것 같은 문체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런 과정에서 마야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를 차분히 그린 편이다.

마야의 수기 형태를 띈다는 것은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갖는다.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잘 담았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그 덕에 문장이 썩 깔끔하지 않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 점은 특히 초반에 두드러지는데, 한국어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기술 방식이 더해져 더 그렇다. 오타도 꽤 많았는데, 이런 점들이 읽을 때 조금씩 걸리게 만들었다.

용의자 본인의 시점에서 그렸다는 점도 단점으로 볼 수 있는데, 진실을 찾는 스릴러로서는 이야기가 안되기 때문이다. 본인이 이미 진실을 알고 있으니 진실을 모르는데서 오는 긴장감은 만들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선지 작가도 일부러 핵심적인 내용은 피해서 기술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점은 조금 작위적인 느낌도 든다.

이야기도 전체적으로 스릴러라기보다는 마야를 변호하는 변호사 샌더를 주인공으로 하는 휴먼 법정 드라마에 가까웠다.

소설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검사가 제시하는 마야에 대한 혐의들을 하나씩 부정하면서 마야의 정당성을 얘기해 나가는 것이나 과거를 회상하며 일이 그렇게 치닫게 된 과정을 그린 것은 나름 볼만하다. 하지만, 결말을 위해 좀 무리수를 둔 듯한 점도 많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시작점인 검사의 혐의 제시와 그 근거가 너무 비약적이고 빈약하다는 게 문제다. 오죽하면 검사가 마야를 일부러 그렇게 몰려고 하는 나쁜 놈처럼 보였을까. 하지만 실제론 전혀 뒷거래같은 구린 구석이 없는 검사였기에 왜 그런식으로 기소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걸 현직 변호사가 썼다니 의외일 정도다. 아니면 이런 황당한 사건이 그만큼 현실에 많다는 것인지.

변호사도 알아낼 수 있었던 걸 현장을 보존하고 살펴볼 수 있었던 검경이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변호사의 반박에 굴복하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마야에게 덮어씌운 혐의 중 일부만 덜어냈어도 충분히 의심할만하다고 했겠으나 좀 너무 나감 점이 있다. 마야가 몰아부쳐진 상태로 시작하기 위해 작가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건 아닌가 싶다.

전체 이야기나 결말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는데 이런 점들을 어떻게 보왔할지 궁금하다.